겨울방학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대학생 박(29) 씨. 그는 알바몬 아르바이트 구인광고를 보고 전화를 했다. M솔루션이라는 파견회사였다. 출판사에서 교과서를 제작하는 업무였고, 오전 8시30분부터 저녁 9시까지 근무하고 하루 10만 원을 지급한다고 했다. 그는 1월6일부터 근무하기로 했다.
M솔루션에서는 박 씨에게 서울 금천구 교학사 공장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M솔루션에서는 박 씨를 비롯해 주야 각 10여 명씩 20여명을 교학사로 파견 보내고 있었다.
교학사 공장에는 교육청으로부터 주문받은 초등학교 교과서와 교육방송 교재를 만들고 있었다. 박 씨는 8시30분 출근해 하루 8시간, 잔업 3시간을 더해 밤 9시에 퇴근했다. 주간조가 퇴근하면 야간조가 출근하는 식으로 밤새 인쇄를 했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출근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일한 뒤, 통장으로 들어온 임금에는 주휴수당도, 연장·휴일근로 가산수당(50%)도 없었다. 오로지 기본급만 지급됐다. 박 씨는 먼저 와서 일하고 있던 파견직 동료 김 씨에게 물어봤더니, 그 역시도 주휴와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박 씨는 M솔루션에 전화를 걸어 주휴수당을 물어봤지만, 파견회사 직원은 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주휴수당은 열심히 일했을 때, 수고했다고 주는 것이지 꼭 줘야하는 게 아니다. 꾸준히 다니는 직원에게만 준다."
임금체불 심각한 교과서 만드는 노동자들
직장갑질119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교육청의 주문을 받아 만드는 초등학교 교과서를 만드는 교학사의 파견업체 M솔루션은 근로기준법 6조(휴업수당), 55조(주휴수당), 56조(연장휴일근로수당)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두 명 노동자의 체불임금 세부내역을 보면 파견업체가 파견노동자들 임금의 20%~24%를 떼먹었다"며 "중요한 문제는 파견회사가 노동부에 진정한 두 명의 체불임금만 해결했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수십 명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교과서 인쇄 사업은 출판업 또는 제조업 생산공정이기에 M솔루션 같은 파견업체가 들어올 수 없다. 즉, 노동자 파견이 금지돼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파견법 5조 ②항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파견이 가능하다는 맹점을 이용한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그렇게 파견직을 쓰면서도 사용업체인 출판사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고, 파견업체는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월급을 떼먹고 있다"며 "더구나 교육당국은 이러한 불법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 "교과서가 중간착취와 불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문제는 교학사만 이렇게 교과서를 만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은 "다른 검인정 교과서 제작 출판사도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파견노동자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지금은 비수기이기에 인원이 적지만 성수기인 6월부터 8월엔 검인정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들이 파견업체를 통해 수시로 인력을 공급받아 각종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며 교과서를 만들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의 아이들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만들어진 교과서로 새 학기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가 중간착취와 불법으로 만들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22일 교육부, 서울시교육청,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에 공문을 보내 교과서 제작 인원 고용실태 및 임금 지급 실태를 파악하고,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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