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외환위기 극복후 '세계 최고의 투자대상국'으로 찬사를 받아온 우리나라에 북핵 위기로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1일 "북핵 위기에 대한 우려로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한국에 대한 신용평가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두 단계 내린 직후 무디스가 한국의 채권등급을 내릴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주식과 채권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무디스의 이번 조치가 북한 관영통신이 "미국과의 어떤 충돌도 곧 핵전쟁으로 비화할 것"이라고 경고한 다음날 나온 점을 중시했다. 하나은행 등 아시아채권 10억달러를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 제임스 블레어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현재 입장을 전제할 때 부정적 전망은 신중한 조치로 보인다"면서 "북한의 김정일은 매우 섬뜻한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신용등급은 현재 투자적격 최저등급보다 3단계 높은 A3이지만 북핵 프로그램으로 한반도 안보상황이 계속 악화된다면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의 아시아 경제담당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주니어도 무디스의 이번 조치를 예견한 듯 10일 '아시아 시장 발목잡는 북한 효과'라는 칼럼을 통해 "북핵 위기에 대한 우려가 결국 한국경제 최대 위험요소로 떠올랐다"면서 "1년전만 해도 누가 대북긴장이 한국의 최대 경제문제가 될 줄 예측했겠느냐"고 말했다.
페섹은 "9.11 테러이후의 미국처럼 한국의 기업들이 자본 지출을 줄이면 한국의 경제전망은 나빠질 것이며 소비자가 지갑을 닫아도 마찬가지 결과가 초래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외국투자자들이 원화표시 자산을 팔아치우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라면서 "이런 혼란과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면 한국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페섹은 "아시아 경제위기후 5년간 한국은 이 지역의 모범 국가였다는 점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는 운명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면서 "투자자들은 점차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월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한 걸음 나아가 북핵으로 인한 아시아 경제위기 시나리오를 소개하기도 했다.
북한이 조만간 미사일 실험을 재개해 미사일이 도쿄 상공을 지나가면 일본의 니케이지수가 타격을 받을 것이며, 올해 중반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선언하고 핵무기를 사용할 의사를 표명하면 니케이지수가 폭락하면서 일본의 은행이 파산하고 한국 등 아시아경제도 세계 제2 경제대국 일본과 함께 침몰하리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북핵문제는 아시아 안보문제인 동시에 최대 경제복병이라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의 최대 과제임을 다시 한번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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