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3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으로부터 무엇을 보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을 했다는 진정한 징후(real indication)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진정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핵화를 향한 진전이 이뤄져 왔느냐'는 질문에는 "현시점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우리는 한국 정부와 매우 긴밀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과 이야기해보려고 시도할 예정인 만큼, 우리는 이를 매우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빅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남북간 상황을 지켜보며 북으로부터 나올 추가 메시지와 한국의 조율 행보 등을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북한의 여건이 되는대로 장소·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북이 마주 앉아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될 결실을 볼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길 바란다"며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속도조절론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톱다운 대화'가 재개되려면 먼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면서 그 시한을 '올해 연말'로 못 박은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징후'를 사실상 3차 정상회담 개최의 조건으로 제시한 셈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3차 북미 정상회담 '스텝 바이 스텝' 개최론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 선행 등 '올바른 합의'를 담보할 수 있는 여건이 먼저 조성돼야지, 또다시 '하노이 노딜'의 전철을 반복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북한이 제시한 시간표에 휘둘리지 않은 채 빅딜론을 고수하며 북한을 압박, 다시 공을 넘긴 차원으로 풀이된다.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빈손 회담'이 재연될 경우 재선 가도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서로 상대의 양보를 요구하는 북미 간에 교착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볼턴 보좌관의 이날 재등판을 놓고, 당분간 빅딜론을 견지하며 북한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원칙적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빅딜론과 제재 유지 등 대북 압박 메시지를 발신하며 전면에 등장했으나 지난달 21일 재무부의 대북제재에 대한 환영 트윗을 올린 것을 마지막으로, 그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적 대북제재 철회' 트윗을 게재한 이래 북한 관련 공개적 언급을 해오지 않다 27일 만에 입을 열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행정부의 다른 인사들에 비교해 북한의 의도나 협상 전망과 관련해 보다 비관적 어조를 띠었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3차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다 낙관적 언급을 해오긴 했다. 그러나 그 역시 지난 15일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것보다 내가 더 원하는 건 없을 것"이라면서도 대량살상무기(WMD)제거'와 그 검증을 제재해제 요건으로 못 박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문제와 관련, "대화는 좋은 것"이라면서도 "나는 빨리 가고 싶지 않다. 빨리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1일 한미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도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리고 그것은 '스텝 바이 스텝'이다. 빠른 과정이 아니다. 빨리 간다면 올바른 합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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