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변호사들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몰래 변론' 관행에 대해 법무부 검찰과거사조사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과거사위는 지난 15일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으로부터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들에 대한 '선임계 미제출 변론사건'의 최종 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검찰에 개선을 권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는 지난 2015년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거액을 받고 물밑에서 변호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이 일었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정 전 대표는 홍 변호사가 수사 관계자와 같은 검찰청에 근무한 친분이 있어 그 영향력을 활용할 목적으로 3억 원의 수임료를 주고 선임했다. 홍 변호사 또한 "3차장 검사는 대검에서 같이 근무했고 중매도 섰을 정도로 가깝다"고 친분을 과시해 사건을 수임했다.
실제로 홍 변호사는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채 3차장 검사와 18차례 전화하면서 수사진행 상황을 묻고 불구속 수사 등 민원을 전달했다.
또 '몰래 변론'을 통해 파악한 내용을 기초로 향후 검찰 조사에 대비, "마카오에는 도박이 아닌 네이처리퍼블릭 짝퉁 제품 단속을 위해 간 것"이라는 허위 진술을 만들어 내는 등 정운호가 도박 혐의를 부인해도 검찰이 인정해줄 만한 논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했다.
이 같은 허위 진술 유도는 변호사법 제24조 2항을 위반한 불법 행위로 볼 수 있다. 해당 조항은 '변호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에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이다.
이후 정 전 대표는 상습도박과 업무상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상습도박 혐의로만 기소됐다. 업무상횡령 혐의는 추가 수사를 이유로 분리한 뒤 미처분 상태로 남겨뒀다.
과거사위는 홍 변호사에 대해 "몰래 변론이라고 볼 만한 아주 직접적인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면서도, △검사가 전관 변호사의 몰래 변론에 응한 점 △결과적으로 검찰권이 정당하게 행사되지 못한 점 △검찰이 전관 변호사의 바람을 들어준 것과 같은 양상을 띠었던 점 등을 들어 검찰에 책임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2009~2018년 사이 대한변호사협회는 검사 출신 변호사의 몰래 변론 관련 사건 126건을 접수했고, 이 가운데 66건(55명)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제명 2건(1명), 정직 8건(6명), 과태료 50건(42명), 견책 6건(6명) 등이다.
조사단은 △현행 검찰의 '형사사건 변론기록' 제도 개선 △몰래 변론 연루 검사 감찰 및 징계 강화 △수사검사 외 상부 지휘검사에 대한 변론제도 개선 △사건 분리 처분시 미처분 부분 누락 방지 대책 마련 등을 검찰에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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