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이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옅은 풀빛에 붉은 진달래, 하얀 벚꽃이 작은 마을을 수 놓고 있었다. 하지만 생동하는 봄빛에 취할 수만은 없는 어딘가 그림자 짙은 마을이 소성리였다.
경북 성주에 임시 배치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정식 배치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미군이 사업계획서를 냈고, 정부는 곧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 중단된 공사가 4월 재개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주민들은 수요일마다 집회를 열고 있다. 사드 배치 2년이 되는 27일에는 대규모 평화행동도 예고하고 있다.
주민들은 사드 철수부터 주장한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사드가 필요한지부터 판단한 뒤 결정하자는 것이다. 사실 사드는 국회 비준도 없이 일단 배치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이 문제를 지적했다. 소성리에서 심심찮게 '불법 사드'라는 표현을 볼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환경영향평가가 '소규모'에서 '일반'으로 급을 높였을 뿐 이미 사드가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한반도에 불어 온 훈풍에 한 때 기대감이 있었으나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다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와중에 미군은 3월 정식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정부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예고하고 있다. 성주, 김천 주민들은 사드가 없는 상태에서 필요를 먼저 따지고, 필요하다면 환경영향평가도 '일반'이 아닌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간 10일 성주 소성리를 찾았다. 주민들은 대통령의 방미에 작고 막연한 기대감을 가질 뿐이었다. 국내외 첨예한 정세에 휘둘리는 작은 마을의 주민들은 깊은 불안과 작은 기대, 짙은 우울과 어두운 시계(視界)를 갖고 있었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한반도, 그 속에서 봄에서 겨울로 가고 있는 소성리의 풍경을 담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