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에서 요직을 역임했던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작심한 듯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 균형 발전론'을 비난하며 세종시 수정 추진을 역설했다.
권 실장은 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3년 대선 정략으로 시작된 신행정수도는 위헌 판결이 난 후에도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편법으로 사실상 수도 분할을 강요한 것"이라며 "(원안은) 9부2처2청을 대통령과 국회로부터 떼 놓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도시건설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던 친이계 의원 10인이 주최한 '세종시 발전안의 의미와 입법 방향' 토론회에서 축사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권 실장은 "(노무현 정부는) 정부 청사를 옮기는 것 말고는 변변찮은 도시로 국가 균형 발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 정부는) 이런 심각한 문제를 알고 그냥 갈 수는 없었다"며 "(원안 추진은) 국민과 역사앞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 오늘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실장은 이날 있었던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회의와 관련해 "위원들 중 연기군민들, 이장님들과 독일에 갔다왔던 분들의 말씀이 있었다. 본과 베를린에 갔다 와서는 '수도 분할은 안되겠더라'고 했고, 드레스덴에 갔다 온 사람들은 '행정도시는 인구를 못 만들지만 경제도시는 인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세종시 수정 추진에 '총대'를 메고 있는 권 실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관, 기획재정부 차관 등 핵심 요직을 지냈다. 현재 2월 개각설이 분분한 가운데 장관 물망에 거론되기도 한다.
정몽준 "박근혜, 원안이 좋아서 하자는 말씀은 아닌 것으로 본다"
정몽준 대표도 이날 축사를 통해 박근혜 전 대표의 '원칙론'을 '과거회귀적인 것'으로 규정하며 깎아내렸다.
정 대표는 "제가 이해하는 바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원안이 좋아서, 꼭 필요하기 때문에 원안을 하자는 말씀은 아닌 것으로 본다. 약속을 했기 때문에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는 것이고 정부(수정)안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약속의 준수가 반드시 의도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며 제안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원안 고수는 가치 지향의 문제고 수정안은 국가의 미래 문제"라고 규정하며 "세종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도 있어야 할 것이고, 지혜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이날 토론자 5명 중 3명이 국가 기관 연구원 내지 친이계 의원이었다. 2명의 민간 학자 중에서도 중앙대 김영봉 교수만 "애초 세종시는 '정책 의존형' 도시로 탄생한 것"이라며 "(수정안을 통해서도) 인구 유입이 안되면 끊임없이 정부 대책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을 뿐이다.
한나라 "정부 수정안 오기 전에 의총 열지 않을 것"
이날 토론회에 초청장을 받은 친박계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친이계 의원들 30여명만 모인 '반쪽짜리 토론회'가 된 것이다. 당내 계파간 '불통'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도 없지는 않다. 당내 중도 개혁 소장파 의원 모임인 '통합과 실용'은 이날 오전 조찬 모임을 통해 세종시 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이 모임 소속인 김정권 의원은 이날 모임과 관련해 "당 소속 전체 의원들의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의원총회나 토론회, 연찬회 등 어떤 형식이라도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빠른 시일 내에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모임에는 남경필, 원희룡, 정진석, 김기현, 김정권, 나경원, 정두언, 진수희, 정태근 의원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친이계 주류는 생각이 다르다. 2월 국회 논의는 최대한 피한 후, 4월 처리를 바라보겠다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안상수 원내대표는 당내 논의를 자제하자는 주장을 여러번 해왔다. 안 원내대표는 2월 말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제출되기 전까지 의원총회 등을 열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갈등 표출의 '원천 봉쇄' 방침을 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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