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노동자가 악성 림프종에 걸려 투병하던 중 지난 8일 밤 사망했다. 1992년생인 고(故) 이가영 씨는 스무 살이던 2011년 5월 에스피반도체통신에 취업했다. 이어 2015년 2월, 서울반도체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당시 당시 스탭스라는 파견업체 소속으로 서울반도체에 파견된 비정규직이었다. 같은 해 5월, 서울반도체 정규직이 됐다. 이 씨는 서울반도체에서 '우수사원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2017년 9월, 이 씨는 악성림프종(역형성 대세포림프종)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가 끝난 뒤 재발했고, 2018년 10월 근로복지공단은 이 씨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그러나 서울반도체 측은 올해 1월 산업재해 인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이 씨는 지난 8일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사망했다. 고인의 이름, '가영'은 "아름다운 꽃이 핀다"는 뜻이다. 꽃이 진 나이는 만 26세였다.
근로복지공단이 이 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하면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씨가 일하던 곳에서 병의 원인인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밖에도 여러 이유를 들어 이 씨의 병과 업무 환경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업무 환경을 고려하면 돌발적으로 상당 양의 포름알데히드 노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반도체 공장의 환기시스템을 고려하면 신청인이 직접 일하는 공정이 아니라 다른 공정에서 노출된 유해물질도 신청인에게 노출됐을 것으로 보이는 점, △여러 유해요인이 한꺼번에 노출되는 경우 상승작용을 고려해야 하는 점, △1일 10시간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며 신체리듬이 매우 불규칙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다.
하지만 서울반도체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씨 유가족에 따르면, 서울반도체 인사팀장은 올해 1월 이 씨의 집에 찾아왔다. 이 씨가 조혈모 이식 수술을 받고 퇴원한 지 사흘째 되던 날이다. 당시 이 씨는 감염에 몹시 취약해서 집 안의 식기, 가구 등을 소독해야 했다. 그런데 외부인이 집에 온다는 소식은 불안했다. 유가족은 "나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라면, 집에서 보고 싶지 않다"라는 뜻을 회사에 전했지만, 인사팀장은 끝내 집에 찾아왔다. 그리고 전한 소식은 회사 측이 산업재해 인정 취소 소송을 준비한다는 내용이었다.
서울반도체 측이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는 점은 근로복지공단도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장시간 근로와 주야간교대 근무, 배합 업무, 테이핑 고정, 절단 업무를 수행하며 안전 장비의 지급도 없었고 반도체 제조 공정이 갖고 있는 내재적 위험요인인 휘발성 유기화학물에 노출됐고, 동일 사업장의 타 재해자의 질병 관련 역학조사 자료에서 작업장 내에서 포름알데히드와 벤젠이 검출됐기에 신청상병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유가족 역시 회사 측이 방독 마스크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독 마스크는 외부인이 공장을 방문할 때만 지급됐고, 평소에는 한 겹으로 된 얇은 마스크만 줬다고 했다. 이 씨는 생전에 그게 찜찜하다며 두 겹 마스크를 자기 돈으로 사서 썼다고 했다.
서울반도체에서는 전에도 백혈병 환자가 발행했었다. 2012년 10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서울반도체에서 일했던 송영란 씨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서울반도체 작업 현장에서 포름알데히드와 벤젠이 검출된 사실이 알려졌다. 송 씨 역시 2014년 발병 사실을 알리면서 서울반도체 측이 기초적인 안전교육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작업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물질이 몹시 위험하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는 게다.
고(故) 이가영 씨는 투병 중에 이하윤으로 개명했다. 당초 10일 발인 예정이었으나, 유가족은 이를 연기했다. 회사 측이 산업재해 인정 취소 소송을 취하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반도체 측이 10일 소송 취하 의사를 밝히면서, 예정보다 하루 뒤인 11일에 발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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