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여좌동은 창원시 진해구 서쪽 장복산 자락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진해의 동쪽에 신시가지가 형성되기 전, 진해의 중심지는 일제가 계획 하에 건설한 서쪽이었다.
특히 여좌동은 진해의 관문으로 여겨졌는데, 그 당시 마산과 진해를 잇는 길이라곤 장복산 고갯길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통팔달 교통망이 구축된 요즘도 여좌동은 진해의 관문으로 통한다. 예전엔 지리적 입지 때문에 그랬다면 요즘은 유명세 때문이다. 여좌천과 내수면환경생태공원, 진해역 등을 거치지 않고 어떻게 진해에 가봤다고 할 수 있을까.
여좌천은 장복산에서 발원해 여좌동을 가로질러 바다로 유입된다. 봄이면 천을 사이에 두고 약 1.5km 구간에 벚꽃터널이 만들어지는데 이 광경을 보기 위해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다.
내수면환경생태공원도 사계절 다른 풍경으로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특히 저수지 둘레에 단풍나무가 많아 가을이면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한다.
그런데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따르는 법이라 했던가. 여좌동의 화려한 명소들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시기는 바로 일제강점기였다.
일제는 1910년 무렵 도시개발 과정에서 하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조선인들을 동원해 여좌천의 물길을 직선화했고, 둑 위에 벚나무를 심었다. 이는 여좌천이 일본의 벚꽃명소 중 하나인 교토의 ‘철학자의 길’과 모습이 비슷한 이유이기도 하다.
내수면환경생태공원은 일제강점기 때 수산시험장 진해양어장으로 처음 조성됐다가 1985년 국립수산진흥원 진해내수면연구소가 됐다. 여좌동의 또 다른 명소 진해역 역시 일본군이 군수물자를 실어 나르던 곳이었다. 지난 2015년 2월부터 정기여객열차 운행은 멈췄지만 1920년대 건립 당시의 지방 역사 형식과 규모가 온전히 남아 있어 등록문화재 제192호로 지정, 보호받고 있다.
이처럼 도시가 만들어진 지 오래되다 보니 낡은 주택과 골목, 심지어 빈집도 많다. 그 허전함을 메우려 여좌천 주변 골목과 평지마을에는 벽화를 그려놓았다. 벽화는 벚꽃과 함께 즐거움을 주고, 꽃이 진 후에는 소박함과 정겨움을 더한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와 창원시가 도시활력증진사업으로 ‘블라썸 여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빈집문제, 노령화문제, 마을침체 등 여좌동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생활환경이 취약했던 돌산마을도 얼마 전 ‘2019 새뜰마을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돼 새단장 할 계기를 마련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기존의 마을을 싹 철거하고 건물을 짓는 재건축이 아니라 주민들에 의한, 주민생활을 위한 변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오랜 세월 이어져온 여좌동만의 색깔도 유지될 것이다.
남도의 봄을 알렸던 진해가 ‘벚꽃엔딩’을 맞았다. 여좌동도 화려한 옷을 벗었다. 상춘객들의 발길은 조금 뜸해지겠지만, 그렇다 한들 어떠랴. 여좌동의 진한 매력은 남은 계절에도 이어질 것이고, 그 다음엔 또 봄이 올 텐데. 그러니 언제든 진해를 찾거든 여좌동으로 가보길 권한다. 여좌동은 아픔의 역사를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화려함과 소박함을 모두 품고 있는 진해의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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