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 7위의 보험사인 콘세코가 17일(현지시간) 파산신청을 했다. 콘세코의 파산은 지난해 '주식회사 미국'을 휘청거리게 한 월드컴, 엔론의 파산에 이어 3번째로 큰 규모다.
블룸버그 통신은 17일 "콘세코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을 막고, 60억달러의 부채를 조정하기 위해 파산신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콘세코의 자산은 9월30일 현재 5백20억달러에 이르지만 사태는 심각하다. 25억달러의 채권상환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미 지난 11월27일 만기인 최소 15억달러의 은행대출에 대해 유예조치를 받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 푸어스(S&P)는 콘세코에 대해 지난 10월 투기등급인 CC에서 두 단계 더 내린 D를 매겨놓았다.
미국 파산법에 따르면 보험사와 은행은 직접 채무불능을 선언할 수 없다. 지주회사 명의로 해야 한다. 콘세코의 지주회사인 카르멜은 지난 11월 3.4분기에 18억달러 손실을 기록, 올해 23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낼 것으로 발표했다. 이는 2000, 2001년 15억달러가 넘는 손실에 추가되는 것이다.
***무리한 합병이 파산 원인**
미국 프로농구 인디애나 페이서의 홈그라운드에 있는 콘세코 필드하우스로 잘 알려져 있는 23년 역사의 보험사가 파산에 이르게 된 원인은 무리한 확장 전략으로 집약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콘세코에 '망조'가 들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 98년 4월 소비자금융업체인 그린 트리 파이낸셜을 인수합병하면서였다. 60억 달러나 들여 인수한 이 합병은 그해 주목을 받은 대형 인수합병(M&A) 21건 중 실패작으로 판명된 17건 중 하나다.
그린 트리 인수가 발표된 날 콘세코의 주가는 15%나 폭락했다. 88년~98년 연평균 47%의 수익을 투자자가에 안겨줘 월가의 효자종목으로 칭송받으며 한때 최고 주당 58달러나 가던 콘세코의 주가는 합병 이후 폭락을 거듭해 지금은 주당 10센트도 못되는 휴지조각이 되었다.
콘세코를 패망에 이르게 한 경영진으로는 공동창업자인 스티븐 힐버트가 지목받고 있다. 힐버트는 콘세코의 전문성이 없는 소비자 금융을 그것도 비싼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하는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오너의 독단 극심**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콘세코는 시너지 효과도 못얻은 합병을 위해 30%가 넘는 프리미엄을 얹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오너의 독단으로 그룹 전체를 위태롭게 하는 사례처럼 힐버트의 독단적 결정이 가능한 데는 월가 최악의 기업지배구조라는 오명과 관계가 있다.
콘세코는 사무기기업체 제록스, 할인유통업체 K마트 등과 함께 이사회에 내부자가 대거 포진해 경영을 감시하기는커녕 이들이 정규 이사회조차 잘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지적받아 왔다. 이미 파산한 K마트, 제록스 등에 이어 콘세코도 파산의 길을 따른 셈이다.
콘세코의 지주회사인 카르멜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한 기관투자가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콘세코의 경영진이 적절치 못한 시기에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추구해 수십억 달러의 빚만 지게 만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콘세코는 현재 잘못된 경영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항의하는 주주들로부터 여러 건의 집단 소송이 걸려있는 상태다.
***분식회계 등으로 집단소송 당해**
힐버트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점도 있다. 2000년 이전 10년간 사상 유례없는 호황으로 두자릿수의 수익률을 누려온 투자자들의 과도한 기대 때문에 미국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무리한 경영에 빠지는 압박에 노출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와튼 경영대학원의 제레미 시걸교수는 "최근 몇년간 월가에서는 8~9%의 수익증가율을 실현한 기업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고 말할 정도의 분위기에서 CEO들은 투자자들과 분석가들의 환심을 사기위해 갖은 기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는 호소다.
전통적인 투자기법을 존중하는 워렌 버펫은 10년간 연평균 15%정도의 수익을 낼수 있는 기업은 몇개 안되는데도 모든 CEO가 두자리수 이상의 수익증가에 매달리면서 회계장부조작유혹에 빠진다고 경고한 것처럼 미국의 분식회계사태도 이런 분위기에서 일어났다. 콘세코도 지난 8월부터 미국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부실회계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CEO 웬트, 부인에게 이혼까지 당해**
힐버트는 82억달러라는 엄청난 부채만 남긴 채 2000년 쫒겨났다. 이때 구조조정 해결사로 나선 것이 게리 웬트다. 그는 잭 웰치 등 '경영진 사관학교' 제너럴 일렉트릭 출신으로 GE캐피탈 사장으로서 1990년대 '경비절감의 달인'으로 불렸던 유명 CEO였다.
그는 4천5백만 달러라는 거액의 스카웃비를 받으며 2000년 6월 콘세코로 옮겨와 구조조정에 착수, 주로 자산을 매각하면서 부채를 20억 달러 줄이는 등 수완을 발휘해 주가를 85%나 끌어올리는 등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호황이 끝나고 불경기로 접어들면서 웬트의 역량도 바닥이 드러났다. 특히 새로 진출한 조립주택 담보대출업에서 엄청난 손실을 본 것이 큰 요인이었다. 담보로 잡았던 부실자산을 떠안고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조달금리가 높아졌다.
결국 웬트는 지난 10월 연속 6분기 적자를 낸 책임을 지고 CEO자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직만 유지하고 있다. 이 와중에 게리 웬트는 이혼까지 당해 위신이 말이 아니게 됐다.
게다가 그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1.4분기에 주당순이익(EPS)이 12센트를 기록했으며, 단기부채 문제도 감당할 만하다고 장담한 터라 경영상태를 속였다는 비난과 함께 주주들로부터 소송까지 제기됐다.
월가는 콘세코 같은 비극이 앞으로도 속출할 것으로 보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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