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지 않는 햄버거제국' 맥도날드에 마침내 석양의 그늘이 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날드가 지난 1965년 상장회사로 등록된 이후 처음으로 분기 순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미국의 AP통신은 "맥도날드측이 17일 올 4.4분기에 주당 5~6센트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공시했다"고 보도했다.
맥도날드의 이같은 공시는 지난 9개 분기 중 8개 분기에 이익이 줄어드는 등 경영이 악화된 책임을 지고 현 CEO 잭 그린버그 회장이 이달말 사임하기로 전격 발표한 지 12일 뒤에 나온 것이다.
***맥도날드 사상 최초 적자, 빚더미에 올라앉아**
맥도날드측은 실적악화의 요인으로 햄버거업체들이 난립하고 광우병 파동, 마케팅 실패, 서비스 부실 등의 악재가 잇따라 터진 데다, 지난 97년 이후 2위업체인 버거킹과 가격인하경쟁을 벌였으나 오히려 매출이 떨어지는 등 경영환경이 매우 열악한 점을 꼽았다.
이에 따라 3년전 50달러까지 갔던 맥도날드의 주가는 올 6월 30달러선으로, 그리고 지금은 15달러선까지 주저앉았다.
모닝스타(세계적인 펀드운용평가기관)의 분석가 칼 시빌스키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미국의 패스트푸드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해 업체들이 신규상점을 개설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제는 비용 절감에 사활이 달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맥도날드는 지난달 10개국 1백75개에 달하는 점포를 폐쇄하고 일부 해외시장에서는 완전 철수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4억 달러를 비용으로 계상했다. 게다가 1달러짜리 햄버거 등 홍보주력상품에 과도한 광고비와 개발비 때문에 4.4분기의 일반판매관리비가 무려 12%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분석가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크로엘 위든의 분석가 더글러스 크리스토퍼는 "신규상품 개발, 확장전략을 통한 매출 증대 등에만 신경썼지, 음식의 질이나 서비스, 청결 등은 등한시했다"면서 "더욱이 재정이 튼튼한 것으로 알려졌던 맥도날드가 지금은 빚더미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경쟁업체들도 연쇄도산 위기**
맥도날드만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버거킹 등 다른 햄버거업체의 사정도 오십보백보다. 햄버거업체들의 난립으로 소위 '햄버거 전쟁'으로 제살깎아 먹기 식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가 1달러 짜리 상품을 내놓자 버거킹과 웬디스 등 2, 3위 업체들도 가격인하에 나서 버거킹은 하루아침에 절반값인 99센트로 값을 낮추면서 맞대응했다.
결국 버거킹은 주력 사업부인 아메리킹이 출혈경쟁으로 인한 실적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주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패스트푸드 산업의 종언**
패스트푸드업체들이 파산위기에 몰린 원인은 시장 포화뿐만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비만을 우려하면서 패스트푸드에 대한 입맛을 잃어가고 있는 변화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금융전문사이트인 CNN머니에 따르면 과거 햄버거를 선호했던 고객들이 최근 음식 취향을 바꿔가고 있다. 파너라 브레드, 다던 레스토랑스, 올리브 가든처럼 기존 패스트푸드점 대신 보다 질높은 음식을 제공하는 캐주얼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주가는 햄버거 가격과 함께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 52주래 최고가에서 41% 이상 떨어져 연일 7년래 최저가를 갱신하고 있으며 웬디스는 35% 떨어진 상태다.
맥도날드는 전임 사장이었던 제임스 칸탈루포를 지난 5일 재영입해 내년 1월 1일자로 CEO 겸 회장으로 임명했다. 칸탈루포는 "인력감축, 점포 정리 등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가겠다"며 '맥도날드 부흥'을 다짐하고 있다.
그가 소비자의 변화된 입맛과 서비스, 비용 절감 등에서 경영능력을 발휘하면 적어도 전세계 1만3천개 이상의 매장을 지닌 1위 업체 맥도날드는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이 시장분석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패스트푸드 산업이 이미 포화상태로 사양길에 들어섰고, 최근 전세계적으로 반미감정이 높아지면서 맥도날드 등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불매운동의 집중대상이 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맥도날드도 이제 황혼길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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