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3일밤 김대중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여중생 압사 사건과 관련 "깊은 애도와 유감의 뜻"을 표시하는 동시에, 북한에 대해서는 "일이 예전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경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은 이같은 부시의 강력한 대북 경고 사실을 즉각 브리핑한 데 반해 우리나라 청와대에서 브리핑에서 이 대목을 밝히지 않아, 앞으로 미묘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백악관과 청와대의 서로 다른 발표**
부시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우선 여중생 압사 사건에 대해 "훈련중인 미국 군용차량에 의해 불의의 사고로 숨진 두 한국소녀들의 죽음에 자신의 깊은 슬픔과 유감을 전달한다"며 "앞으로 그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시는 또 "미국민들은 한국민들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으며 한미 동맹관계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이제는 부시 대통령의 진의를 이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앞으로 이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현재 진행중인 한미간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관련 실무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개선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우리 국민도 주한미군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유지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강경입장을 밝혔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과 김 대통령이 전화 통화직후 브리핑에서 두 정상이 북핵문제와 관련 "두 정상은 평화적인 해결을 계속 추구하는 한편, 북한에 대해 일이 예전처럼 계속되지 않도록 할 것(not allowing business as usual to continue to North Korea)이라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이어 '일이 예전처럼 계속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북한은 합의를 위반하면 할수록 세계가 북한을 달래기 위해 뒤로 물러나 허리를 굽힐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싶어하는 것 같다"면서 "(부시)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은 북한이 합의를 위반하고 나서 세계가 북한으로 몰려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고 말하는 사태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성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그러나 부시의 "일이 예전처럼 계속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발언 사실을 밝히지 않고, 그 대신에 "부시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야 하며, 북한 핵문제를 함께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면서 미국이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메시지를 김정일 위원장이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백악관과 청와대의 서로 다른 발표는 외교상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앞으로 미묘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CNN, 부시의 유감표명 보도조차 하지 않아**
이처럼 백악관과 청와대의 상이한 발표와 함께 양국 언론의 보도태도도 크게 상이했다.
미국의 CNN 방송은 부시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 핵시설을 재가동하기로 한 북한의 결정이 유감이며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부시 대통령이 북핵문제와 관련, 평화적인 해결을 계속 추구하되 북한이 일을 평상시처럼 (business as usual) 할 수 없도록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으며 북한의 핵시설 재가동 결정은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CNN은 그러나 미군 궤도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에 다수 국내 언론들은 부시대통령의 유감표명을 '직접 사과'로 대서특필하며 이를 환영하는 논조의 기사를 내보냈다.
상대국 언론들은 유감표명 발언에 대해 거의 무게를 두지 않고 있는 반면, 우리 언론들만 이를 대서특필하는 양상의 재연이다.
한편 범대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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