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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판 옷로비' 사건 셰리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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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판 옷로비' 사건 셰리게이트

블레어총리 부인의 '잇따른 거짓말'로 파문 증폭

과거 우리나라의 '옷로비 사건'을 연상시키는 영부인 스캔들이 영국에서 터졌다. 이번 스캔들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부인인 셰리 블레어 여사가 연루돼 '셰리게이트'라 불리기도 한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의 1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셰리는 브리스톨의 한 대학교에 다니는 맏아들에게 집을 구해줄 겸 부동산 투자도 할 겸 부근에 아파트를 두 채 구입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당초 매도가격이 26만9천파운드(약 5억3천8백만원)였던 아파트 구입에 실제 들어간 비용은 20만파운드(약 4억원)에 불과했다. 매입 대리인으로 나서 피터 포스터라는 사람이 '총리부부의 이름을 들먹이며' 가격을 후려쳤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사람은 호주 출신으로 호주와 영국에서 엉터리 다이어트 차를 수백만 달러나 팔다가 호주에서 수배를 받고 있었고 영국에서는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등 여러 건의 전과가 있는 사기꾼이었다. 셰리가 아파트 구입과정에서 포스터의 도움을 받게 된 것은 그가 셰리의 의상 자문역이자 오랜 친구인 캐럴 캐플린의 새 남자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가 크게 확대된 것은 '거짓말'에 있었다. 우파 계열의 신문인 <데일리 메일>이 '셰리게이트' 의혹을 폭로하자 영국 정부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하다가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뒤늦게 의혹의 사건이 있었음을 시인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동이 빚어지는 동안 침묵을 지켰던 보수당도 지금은 '독립기관에 의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고 있다. 거짓말이 드러난 것이 계기였다.

***셰리의 거짓말 시리즈**

셰리의 거짓말 시리즈는 다음과 같다.

당초 <데일리 메일>은 지난 1일 셰리와 관련된 의혹을 폭로하면서 "포스터는 호주 출신의 사기 전과범이며, 법원으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재판 중"이라고 보도했다. 처음에는 포스터와의 관계조차 모른다고 딱 잡아떼던 셰리는 마지못해 "2주동안 포스터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그러자 <데일리 메일>은 셰리가 포스터에게 보낸 이메일을 공개하면서 "2주가 아닌 최소 6주간 두 사람이 연락했다"고 다시 폭로했다. 또한 추적보도 결과 셰리는 "포스터의 전과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포스터의 재판을 맡고 있는 판사들의 이름까지 확인했다는 사실이 10일 드러났다.

영국 언론들은 "셰리가 포스터가 빨리 영국에서 추방되도록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셰리는 이에 대해 "판사 이름을 확인한 것은 단순한 관심 차원이었다"고 강변했으나 언론들의 공격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블레어의 아내 지원사격**

총리 부인이 계속 거짓말을 한다는 비난이 높아지자 셰리는 10일밤 방송에 출연해, 눈물을 흘리며 동정심을 유발하는 해명을 했다.

셰리는 두 가지 실수를 했다고 고백했다.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고 정부가 잘못된 해명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점과 "만나본 적도 없는 잘 모르는 사람이 가정사에 개입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셰리는 하지만 "규정을 어기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 다음에 그녀의 이어진 해명은 모성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나는 슈퍼우먼이 아닙니다.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고, 총리 부인으로서 국내외 활동을 하고 또한 변호사, 자선사업가로서 할 일을 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다보니 제 일상은 마치 저글링을 하는 것 같아요. 가끔 공들을 떨어뜨리기도 한답니다. 정말 하루해가 짧아요."

블레어 총리도 10일밤 자신의 아내를 적극 변호하고 나섰다. "나는 내 아내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온갖 미디어들이 써대는 것은 내 아내의 실제 모습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특별조사라는 것은 필요없다"며 보수당의 공격을 비난했다.

***언론간 대리전 양상**

이런 블레어 총리의 심정을 대변하듯 친 노동당 계열의 영국 언론들은 셰리를 적극 변호하고 있다.

타블로이드 <선>지는 "셰리로부터 들은 얘기는 모두 진실"이라며 "공인이 그처럼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신선한가"라는 사설을 썼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총리부인을 건드리는 것은 매우 무례한 짓"이라는 옥스퍼드대 교수의 기고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반면 우파 성향의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셰리의 해명은 기막힌 극장용 연기"라면서 "다이애나 왕비, 성공한 변호사, 상처입은 엄마라는 여러 배역을 동시에 소화하며 국민의 동정심을 사려고 했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셰리게이트는 이제 의회 차원의 수사와 언론들의 대리전쟁으로 일파만파로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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