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대교협 신임 회장으로 부임한 이기수 고려대학교 총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의 질에 비해 우리나라같이 등록금 싼 데가 없다"고 말했다. 또 최근 국회를 통과한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와 관련, "등록금 책정은 대학에 주어져 있는 대학의 자율권·자치권과 관련돼 있다. 법률로 규정한다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이 법안에 강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 27일 대교협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이기수 고려대학교 총장. ⓒ고려대학교 |
"이기수 총장, 등록금 때문에 자살한 고대 학생 벌써 잊었나"
이 발언을 두고 사회 각계에서 격양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28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이기수 총장의 말은) 전혀 근거 없는 발언"이라며 "대학 총장들의 모임을 이끌어가는 책임자 입장에서 대단히 심각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장은 특히 "지난해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였다"며 "미국 특수 대학에 비해 싸다는 논리 같은데, 그럼 미국 베버리힐스에 비해 저렴한 우리나라 집값을 세계에서 가장 싼 편이라고 해야 하나"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서 "이 신임 회장이 고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3월 고대 학생이 등록금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며 "학부모 등을 직접 만나 이런 절절한 얘기를 직접 들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심상정 "위헌은 '등록금 상한제'가 아니라 경제력에 따라 교육 받는 현실"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진보신당 심상전 전 대표도 "이 신임 회장이 '우리나라 교육의 질에 비해 대학 등록금이 싼 편'이라고 한 것은 국제 통계와 정부 통계 등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심 전 대표는 "우리나라는 대학 교육 수준은 낮은 반면 등록금은 턱 없이 비싼 나라"라며 "이 신임 회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를 정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심 전 대표는 "등록금 상한제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우리 헌법 제31조1항에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물론 여기서의 '능력'이 경제력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위헌'은 경제력에 따라 교육 받을 권리가 제한되는 지금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4월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며 삭발식을 벌인 대학생 대표자들. ⓒ프레시안(허환주) |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도 29일 논평을 내고 "물가인상률의 2배에서 6배까지 폭증했던 등록금 인상 사태의 기억이 아직도 모든 학생·학부모들에게 생생한데, 대학 총장이자 대교협 회장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할 수 있나"며 "이기수 총장은 대교협 회장직에서 즉시 사퇴하거나 당장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누리꾼들도 주요 포털 게시판에서 격양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한 누리꾼(주먹이 운다)은 '학부모 가슴에 대못질한 고대 총장 이기수 망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졸업 후에도 취업을 걱정하며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아야 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나"고 꼬집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현재 이기수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 운동이 진행 중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