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반 알렉산드라 정류장에 내려 관광 안내 센터를 찾아가 오타고 센트럴 레일 트레일(Otago central railtrail)에 관한 자전거 길 정보를 손에 쥐고는 길 건너 레스토랑에서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세계 10대 자전거 여행지 중 1위로 선정됐다는 ‘오타고 센트럴 레일 트레일’은 1880년대 후반 골드러시가 시작되면서 캐낸 금을 실어 나르던 철로가 훗날 레저 스포츠 길로 재탄생했는데 도심을 빠져나와 불과 5킬로미터도 채 달리지 않아 입구 이정표를 찾았다.
오타고 트레일에 들어서자 폭 5미터 남짓 흙길 양옆에 타르를 칠한 침목과 검은 자갈들이 옛 철길임을 알려줬다.
곧이어 초지인지 야산인지 구분되지 않은 작은 구릉지는 누런 풀로 덮인 채 광활한 평야를 이뤘다. 이따금씩 분재 같은 동그란 나무가 생뚱맞게 한 그루씩 서있고, 여남은 그루의 미루나무가 줄지어 고즈넉한 농촌 풍경을 그려냈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을까. 거대한 독수리 바위가 뾰족한 부리를 당장이라도 나한테 들이댈 것만 같이 다가왔다. 한 굽이돌자 이번엔 가운데가 텅 빈 훌라후프 바위가 나타났다. 태초부터 지금껏 비바람에 닳아 신기하게 생긴 모양이었다.
알렉산드라를 떠나 한 시간 정도 달리자 터널 앞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렸다. 길이 230미터 표지판이 보이고 내부는 조명 시설이 없어 컴컴했다. 어떤 이는 깜빡이를 배낭에 달거나 핸들에 전조등을 부착했다. 나는 자전거 후미 등을 켜고 스마트폰 플래시 앱으로 앞을 밝혔다. 터널 안 어둠 속 웅웅거리는 소리가 오타고 트레일의 흥미를 더해줬다.
트레일을 달리다보니 쉼터라고는 오직 두 평 남짓 허술한 옛 기차 정류장이고, 도중에 작은 이정표 몇 개뿐 별다른 조경은 없었다.
저만치 엄마와 아빠, 딸 둘, 아들. 자전거 가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고 있었다. 아빠 엄마는 배낭을 한 개씩 더 맸다. 다섯 살쯤 돼 보이는 딸이 고갯길에서 뒤쳐지자 아빠가 등을 밀어줬다. 핸들을 좌우로 심하게 흔들며 맨 앞으로 내달렸던 아들이 다시 가족 대열에 섞였다. 엄마 아빠는 애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으하∼핫. 으하∼핫.’ 또다시 인천 총각의 감탄사가 터지기 시작했다. 달리다가 경치 좋은 곳을 만나면 으레 벅찬 소리를 질러댔다.
“와∼. 넘 멋지다. 저기 양들 좀 봐요. 와∼. 파란 하늘 끝내줘요.” 오늘따라 유난히 인천 총각의 감탄사는 길게 이어졌다.
“과일 좀 먹고 가요.” 추니가 멈췄다.
“그런데 주인은 어디 갔지?”
“무인 판매대 같아요.”
살구 열 개들이 한 봉지에 이 달러라는 표지판과 돈 넣는 작은 통이 옆에 놓여있었다. 한입 베어 무니 살집이 두툼하고 엄청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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