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 타운(Queenstown)엔 버스 터미널이 따로 없고 승강장을 터미널로 사용하고 있었다. 일행은 버스에서 내려 승강장 주위 도로변 공터에서 자전거를 조립했다.
‘어디로 갈까.’ 안내 센터에서 정보를 얻어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퀸즈 타운 홀리데이 파크로 이동했다. 캠핑장 사용료는 1인당 이십오 달러(이만 원)로 다른 곳보다 오천 원 더 비쌌다.
퀸즈 타운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관광지라서 여름 시즌에 숙소를 구하려면 적어도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는데 나 같은 텐트 여행객에겐 당일 찾아가도 폭신한 잔디 광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날 이름난 퀸즈 타운 트레일(Queenstown Trail)을 찾아 나섰다. 그 길은 자전거뿐만 아니라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트레일은 와카티푸 호수(Lake Wakatipu)를 굽이굽이 돌아 조성되어 있었고, 사방을 둘러싼 눈 덮인 검은 돌산 벤 로먼드(Ben Lomond)가 위엄을 자랑하고 있었다.
퀸즈 타운 트레일은 울퉁불퉁한 흙길이었다. 호수 건너 산자락 나무숲에 묻힌 회색 지붕들은 마치 나비가 내려앉은 듯 눈에 거스르지 않았다. 작은 돌멩이가 나뒹굴고 나무뿌리가 길 한가운데 드러나 있고, 바람에 쓰러진 고목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호숫가에 안전 펜스나 위험 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되어있지 않은 것은 다른 곳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걷는 사람도 자전거 타는 사람도 상대방에게 방해가 되거나 위협적이지 않았다. 반려견 목줄을 잡은 사람이나, 벤치에 앉아 사색하는 이들이나 서로 배려하는 마음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 듯 보였다.
나는 일행과 같이 퀸즈 타운 트레일을 지나 쇼토버 강(Shotover Rover) 쪽으로 가려다가 공사 중이란 표식을 보고 되돌아섰다. 인천 총각은 돌아오는 길에 라이딩 시간이 다소 아쉬운 듯 더 놀다오겠다며 교량을 건너 호수 반대편으로 혼자 떠났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아웃도어에 들러 매트를 새로 샀다. 새벽녘이 되면 매트에 바람이 빠져있는데 어디에 구멍이 났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만능 키는 엊그제 점퍼를 사더니 오늘은 겨울용 침낭을 샀다.
저녁에 모두 취사장에 모였다. “오늘 인천 총각님의 환갑을 축하해요.” 다함께 술잔을 높이 들었다. “제2의 장년기를 맞이해 인천 총각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다 같이 건배합시다. 위하여∼.” 이번엔 만능 키가 큰 소리로 축배를 권했다. “달려라 청춘, 즐겁고 안전하게. 파이팅.” 추니도 원 샷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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