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단계적인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외교 전문가가 이 같은 주장을 공개적으로 했다.
4일(현지 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회장이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이 해야 할 일은 절충안을 협상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비핵화 목표를 세우되 단계적 접근법을 모색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주장했다. 하스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 스승으로 알려진 인사다.
방송은 하스 회장의 발언을 "현시점에서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이른 시일 내에 현실적인 전망이 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현실적인 정책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방송은 "하스 회장은 단계적 접근법으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의 중단뿐 아니라 핵물질, 핵무기, 장거리 미사일 생산의 동결은 물론 핵 관련 시설의 신고와 국제사찰단의 검증에 합의하는 것을 대가로 일부 실질적인 대북제재의 해제와 종전선언, 미북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며 "물론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모든 대북제재의 해제와 외교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방송은 또 존 메릴 전 미 국무부 정보분석국 동북아실장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리비아 방식의 '빅 딜'(큰합의)보다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법만이 비핵화 협상의 유일한 해결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요즘 워싱턴에서 변화하는 기류"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하는 '리비아 모델'이 북한에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인식 변화가 워싱턴 주류들 사이에 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방송은 메릴 전 국장이 "북한이 당장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현실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비핵화로 가는 중간단계가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방송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적인 대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충분하며, 북한의 영구적인 비핵화에 앞서 핵무기 생산과 실험 중단, 핵확산 차단 등 점진적‧단계적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상응 조치와 관련, 미국이 지금보다 유연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메릴 전 국장은 방송에 "대북 제재는 북한이 비핵화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막고 있다. 북한이 병진 노선에서 경제 우선 정책을 선언했지만, 대북제재 때문에 이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남북철도 협력사업 등 남북경협도 대북제재로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미국도 대북제재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방송은 "하스 회장 역시 비핵화의 진전 속도와 대북 제재의 해제 범위는 비례해야 한다면서 대북제재의 유연성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 역시 "주요 핵 시설인 영변을 폐쇄하는 조건으로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개설, 인도주의 지원 등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개성공단 재개처럼 일부 대북제재의 예외 조치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이같은 입장에 힘을 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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