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에서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를 주제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북미 간 어떤 첫 조치가 있을지가 중요하다"면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특보는 "하노이 정상회담이 실패한 이유는 미국의 '빅 딜'과 북한의 '스몰 딜' 간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빅 딜'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 무기가 이미 확충됐고 비핵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중재안과 같은 얼개다.
그는 협상이 진전을 보기 위한 출발점으로 "북미 간 (빅딜을) 이행하는 것에는 일정한 로드맵, 시간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북미 사이에 있는 불신의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데, 풍계리 사찰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문 특보는 이어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나온 평양 공동선언 5항에는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등에 대한 폐기가 언급됐다"며 "(김 위원장이) 이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북한에서 행동을 보여준다면 미국에서 당연히 이에 상응하는 조치인 제제 완화가 있을 것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에 대한 해제나 완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개성공단 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생각할 수 있다"며 "(오는 4월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비핵화와 평화 이니셔티브가 동시에 같이 가야한다. 핵 문제는 결국 북한의 경제 개발이나 인권문제 등과 연관되기 때문에 비핵화에만 집중하면 전반적인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면서 "여러 문제를 동시에 다루는 '평화 이니셔티브'를 통해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밝혀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 재개와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내 정치적인 지지가 한반도 평화 구축 과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서보혁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은 "어제(3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연합 후보가 (창원시 성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겨우 승리한 것을 모두 보셨을 것"이라며 "국내 정치적 요소가 남북관계나 평화 안보 정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평화 이니셔티브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높다. 그러나 미세먼지를 해결하지 못한다거나,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적인 정책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예견했다.
그는 "평화라는 부분도 직접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타나야 이 정책을 계속 지속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 연구실장은 이를 위해 남북과 미국 등의 당사자들이 모두 실제 국민들이 체감으로 느낄 수 있는 안보적 측면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은 미군 유해 발굴을 합의했지만 실제 두 정상 모두 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지금의 평화 프로세스가 정치‧군사적인 문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혜택이 어떻게 일반 사람들에게 전해질지의 문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