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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동산폭락 괴담' 현실화되나?

<긴급 심층분석> 국내 재벌.외국계 앞다퉈 빌딩 매각 나서

지난주 만난 모그룹의 구조조정본부장은 이런저런 시국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뜬금없이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어찌 될 것 같냐"고 물었다. 갑작스레 주제가 바뀐 까닭에 "왜 그러느냐"고 되묻자 묘한 이야기를 했다.

"S그룹이 빌딩 등 보유 부동산을 팔아치우기 시작해서다. 우리 그룹 연구원들은 내년 경기를 그렇게 험악하게까지는 안보는데, S그룹은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다.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하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찜찜하다."

이 본부장의 전언에 따르면, S그룹은 올 들어 사상최대의 수익을 올려 총알이 국내 어느 그룹보다 풍성해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빌딩 등 보유부동산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국내 재벌.외국인투자가들의 "빌딩 팔자" 움직임**

상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했다. 지난 2~3년간 국내빌딩들을 경쟁적으로 사들여온 외국계 투자펀드들도 거꾸로 물건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냥 듣고 흘려 보내기에는 간단치 않은 얘기였다.

실제로 최근 금융계에는 "시티그룹이 미국내 보유부동산을 비롯해, 한국의 보유부동산도 팔려고 내놓았다", "외국계가 최대주주로 있는 J은행이 사옥을 내놓았다"는 등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보유부동산 매물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금융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올 하반기 들어 금융영업환경이 급속히 악화조짐을 보이는 데 따른 '현금 확보' 차원의 대응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까지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재계가 위기상황의 도래를 동물적 후각으로 감지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된다.

문제는 이런 긴장감이 국내에서만 목격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데 있다. 미국, 영국 등 서방 주요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 부동산값 거품 현상과 거품 파열을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데 있다.

'부동산값 폭락 괴담'이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양상이다.

***"연말 가계대출 비율, 미국 수준에 도달"**

지난주말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은행장들을 소집해 놓고 호통을 쳤다. 가계대출을 줄이라고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도통 가계대출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경고였다.

"현 추세로 간다면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올해말쯤에는 미국과 비슷한 75%가 될 것이다. 과거에는 기업대출 부실로 외환위기를 겪었다면 지금은 가계대출 부실이 제2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금감원은 호통에 그치지 않고 11일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산정시 가계대출금에 대한 대손충당금 가중치 비율을 현행 50%에서 앞으로는 60~7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금 내심 얼마나 '부동산 거품'을 두려워하고 있는가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정부산하 연구기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부동산거품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경제를 공황적 상황으로 몰고갈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신용상 연구위원은 11일 <주간금융동향>에서 "디플레이션 징후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부동산 버블이 임금.물가.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신 연구위원은 "미 경제의 경우 디플레이션 조짐이 있지만 최근 큰 폭의 금리 인하와 감세조치 등 적극적 재정정책에 힘입어 가능성이 낮아진 반면, 오히려 저금리 정책에 따른 추가 부동산 가격버블 확대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자산가격 붕괴에 따른 디플레이션 발생을 염려하기보다는 현재의 버블이 임금.물가.금리 상승으로 연결돼 과거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고비용구조가 다시 나타나는 것에 대해 경계할 때"라고 그는 경고했다. 그는 "자산가격 버블은 언젠가는 반드시 붕괴되기 마련이므로 현 수준에서 멈추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말 그대로 '부동산 폭락 경고'이다.

***미국, 금리인하하자 부동산 거품 더 커질 위기에 직면**

국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미국, 영국 등 서방의 '부동산거품 폭락' 우려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주 소비급랭에 따른 디플레이션 발발을 막기 위해 미연준이 금리를 대폭 인하하면서 부동산거품이 한층 커질 구조위기에 직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금리인하가 단행된 6일(현지시간) "저금리 기조로 뭉칫돈이 상가건물로 몰리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부동산 대출 금리가 낮아 자금조달 비용부담이 낮아진 데다 마땅한 재테크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부동산업자들은 주식시장보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경기침체 가능성 때문에 지방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임대료를 기대할 수 있는 대도시 고층건물를 집중 매입하고 있다. 한 예로 보스턴 프라퍼티는 최근 뉴욕 고급 상점들이 몰려 있어 스퀘어피트당 6백30달러가 넘는 파크 애비뉴 거리의 한 건물을 10억6천만달러에 사들였다.

반면 지방도시는 수요가 없어 값이 오르지 않는 '집값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고층 사무실이 몰려 있는 대도시 뉴욕과 워싱턴 시내건물의 스퀘어피트당 평균가격은 올 들어 9월까지 9.5% 오른 2백6달러로 조사됐다. 전년동기의 평균 가격은 1백88달러였다. 도시 근교 가격도 1백32달러에서 1백43달러로 8.3% 올랐다.

공급부족도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매물로 나온 상가 건물은 전체적으로 1백91억달러에 달했지만 올해는 1백58억달러에 못미치고 있다.

***영국은 1년새 전국 땅값 30.6%나 폭등**

1980년대 부동산붐 이후 최고의 폭등세를 지속하고 있는 영국은 미국보다 정도가 더 심하다. 지난 12개월 동안 영국의 부동산 가격은 30% 이상 치솟았다. 영국 최대 주택담보대출은행 핼리팩스에 따르면, 이는 지난 80년대 부동산 붐이래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이다.

1983년 이래 부동산 가격을 조사한 핼리팩스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10월 한달사이에 부동산 가격은 무려 4.7% 올라 사상 최고치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로 인해 부동산 연간상승률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직전인 1989년 3월 이래 최고치인 30.6%에 달했다.

7일(현지시간) 이같은 통계가 발표되자 영국에서는 자산거품붕괴 우려가 더욱 번져가고 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 이코노미스트 존 버틀러는 9일(현시지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값 급등의 여파로 금리나 실업률이 상승하는 순간 주택시장과 영국경제가 매우 취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연준의 금리 대폭인하 결정에도 불구하고 영국중앙은행이 7일(현지시간) 금리를 4년래 최저수준인 4%로 동결하고 다음달 다시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도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핼리팩스의 이코노미스트 마틴 엘리스도 "부동산 가격상승이 둔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저금리과 낮은 실업률에 힘입어 주택구매수요가 증가해 부동산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 분석했다.

미국과 달리 영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런던을 포함한 전국적 현상이다. 2001년 3.4분기에 런던의 평균 집값은 다른 지역보다 87% 비쌌으나 올해 3.4분기에는 그 차이가 83%로 줄어들었다. 이는 외지인들의 주택구매가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라이트무브라는 부동산 웹사이트에 따르면 매물부족도 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월 53만건의 매물이 10월에는 37만건 이하로 30%나 줄었다.

영국은 지난 89년 부동산거품이 꺼지면서 전국민의 3분의 1이 집을 채권금융기관에 가압류 당하는 사상최악의 후유증을 겪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악몽이 재연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그린스펀의 '최후의 도박'**

미국은 이번에 금리 대폭인하를 통해 소비 진작을 꾀해 기업실적 개선에 따른 기업투자 확대, 고용 증가, 소비 확대, 물가하락 방지로 이어지는 '경제회복의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소비와 생산위축, 고용 악화라는 삼각 파도에 휩싸인 미국은 지난 9월 소매판매가 1.2% 줄고, 10월중 소비자신뢰지수도 9년 만의 최저치로 추락했다. 지난 두 달간 실업자 수는 1만6천명 늘었고, 산업생산도 2개월 연속 줄어드는 등 미국 실물경제의 위기상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지출이 곧바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는 전문가들은 별로 없다. 금리 인하 효과는 통상 6개월이 지나야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대신 최근 미국 큰손들의 움직임에서 볼 수 있듯, 부동산거품 증폭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연준의 금리 인하 조치에 대해 "부동산 거품에 의한 소비지출에 계속 기대하는 것은 최후의 도박"이라는 혹평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지금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부동산 폭락 괴담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총체적 대책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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