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경영일선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난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평소 "20년 걸려 낳은 네 번째 자식"이라며 자부심과 애착을 드러낸 신약 '인보사'가 대형사고를 쳤다.
인보사는 19년 동안 이 회장이 사내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1100억 원을 투자해 글로벌 시장에서 6조 원대 연 매출을 올릴 그룹의 차세대 수익사업으로 사운을 걸고 개발한 신약이다.
인보사는 현재까지 국내에 허가된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진통제와 스테로이드 주사 외에는 적절한 약물적 치료제가 없는 관련질환의 특효약으로 기대를 모았다.
인보사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감시하는 임상단계를 무사통과하며 국내 29번째 국산 신약으로 등록됐으나,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최종 임상 시험을 진행하던 중 '허가 취소 가능' 사유가 적발됐다.
인보사는 지난 2017년 허가를 받을 당시 사람의 연골세포와 연골세포에서 유래되는 성분 2가지 약제로 구성된다고 보고됐다. 하지만 FDA가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국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와 다르다고 지적하면서, 식약처는 긴급회의를 열어 인보사의 제조 및 판매를 중지시켰다.
FDA에 따르면,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HC)' 75%, '형질전환세포(TC)' 25%로 구성된다. 형질전환세포(TC)는 세포조직 증식을 촉진하는 성장인자 유전자(TGF-β1 )을 전달하는 포장지 역할을 하는 성분으로 허가 당시 '연골유래세포'로 보고됐지만, 조사 결과 '신장유래세포'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은 1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인보사를 개발할 당시인 2003년 연골유래세포와 신장유래세포를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고, 지금까지 임상 실험에서 중대한 부작용이 나타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인보사의 구성성분이 바뀐 것이 아니라, 세포의 이름이 바뀌는 정도의 문제"라고 파장을 최대한 축소하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의약품 주성분이 제출한 자료와 다를 경우 허가취소되는 것이 원칙으로, 사실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약사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한다는 입장이다.
코오롱 측이 처음에는 몰랐을 수 있으나, 만약 그동안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형질전환세포가 신장유래 세포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도 데이터를 숨겨온 게 확인될 경우엔 허가 취소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식약처가 '눈뜬 장님' 처럼 인보사 허가를 내준 책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인보사의 유통·판매에 제동이 걸렸다는 소식에 코오롱생명과학과 인보사 개발업체인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가격제한폭인 30% 가까운 폭락세를 보였다. 코오롱티슈진은 이 전 회장이 미국에 설립한 법인으로 인보사의 미주 및 유럽 등의 판권을 가지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아시아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개발에 투자한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2017~2018년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코오롱티슈진은 기술특례 상장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4년 연속 적자를 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1년 더 적자를 기록할 경우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 전 회장은 코오롱티슈진 지분 17.8%를 보유한 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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