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어닝쇼크'를 예고했다. 잠정 실적 발표는 4월 5일로 잡혀 있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사업에 대해 "사업 환경 약세로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하회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삼성전자가 실적 악화를 예고한 것은, 분기마다 잠정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한 2009년 2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분기가 끝나기도 전에 실적을 예고한 것 자체가 삼성전자 창립 50년 사상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공시 전까지 증권가가 예상한 1분기 영업이익은 약 7조5000억 원, 지난해 1분기 15조6400억 원보다 47%나 낮춰 잡았다. 이것도 14조 원 안팎으로 내다본 작년 말 전망치를 증권사들이 줄이고 줄여온 것이다. 이 수준도 삼성전자가 "기대가 높다"고 '고해성사'를 하자, 일부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60%가량 줄어든 6조 원대로 수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주가에 반영이 된 악재였다. 지난 2017년에는 글로벌 IT기업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이 대대적인 서버 구축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수요가 급증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를 줄이며 재고 소진이 될 동안 수요가 급감해 반도체 가격이 계속 내려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인 2017년 2분기 이후 매 분기 14조~17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반도체가 수요와 가격 하락 위기에 직면한 지난해 4분기 영업 이익이 10조8000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1분기에서도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만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조5500억 원에서 7조 원(6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 국내 증권사들은 2조 원 안팎이던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반토막 수준인 1조2000억 원 정도로 낮췄다.
반도체 부진과 함께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수요 감소로 실적 악화를 부추겼다.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시장의 95%를 독점하는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사업부는 지난해 3, 4분기에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연속 기록했지만, 1분기에 6000억 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1분기 2700억원 영업적자 이후 3년 만의 적자다.
향후 실적 전망은 엇갈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은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 하반기부터 되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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