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당시 미국의 대통령 후보 중 하나였던 버락 오바마는 제너럴모터스(GM)의 생산공장이 있는 미국 위스콘신주 제인스빌을 찾아 연설했다. 하지만 그해 6월 GM은 제인스빌 공장을 포함한 몇몇 생산공장의 가동 중단 계획을 발표했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이래 가장 큰 경제위기로 여겨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전역에서는 일자리 880만 개가 사라졌다. 제인스빌과 인근 지역에서도 9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2008년 4월 28일, 제네럴 모터스가 제인스빌 공장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기 5주 전, 회사는 공장의 두 번째 교대근무 조를 없앨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날 해당 근무 조에서 27년을 일한 60세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이후, 록 카운티에서 자살로 인한 사망은 두 배가 늘었다. 2008년 15건이었던 자살은 2011년 32건을 기록했다. 카운티의 위기 대처 핫라인에 점점 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최근에 카운티 검시 사무소는 교육을 원하는 모든 주민 모임에 자살 예방 강연을 하고 있다.
이것은 제인스빌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자살률은 미국 전역에서 급증했다. 1930년대의 대공황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2년 만에 자살률이 네 배로 치솟았다."
공장 폐쇄로 인한 대량 실업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다. 가족 구성원의 실직은 가정 불화, 이혼, 자녀 양육 포기, 자녀의 학업 포기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며, 이는 지역 공동체의 문제로 그대로 흡수, 확산된다. 이런 이유로 지역에서의 공장 폐쇄는 '사회적 재난'이다.
GM 공장 폐쇄 발표 후 7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제인스빌 이야기>를 주목해야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이 책이 공장 폐쇄에 따른 절망과 좌절만을 그리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저자는 실업 노동자와 그 가족 뿐 아니라 지역의 기업가, 정치인, 사회복지사, 교사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들이 실업과 빈곤이라는 공동의 문제에 대응해가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보여줬다. 지역 고등학교 교사가 운영하는 일종의 긴급 구호책인 '파커의 벽장'(지역사회에서 생필품을 기부 받아 필요한 학생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운영한다)이나 지역의 홈리스 10대들을 위한 프로젝트 '16:49'는 지역 사회에서 자생적, 상호부조적인 성격의 '사회적 안전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물론 이런 노력이 자본의 필요에 따른 공장 폐쇄로 인해 벌어지는 거대한 비극을 바꾸거나 극복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국의 군산, 부평, 거제 등 다른 지역에서 '예고된 비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부록으로 실린 설문조사 결과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실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재교육의 효과에 대한 실증적 데이터는 통상적인 기대와 상식을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 GM공장 폐쇄 후 블랙호크라는 2년제 공립학교로 진학한 이들의 재취업률은 재교육을 받지 않은 실직노동자들의 재취업률보다 낮았다. 또 재교육 받은 해고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은 해고자들보다 구직 후에도 더 낮은 급여를 받았다.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엄청난 예산을 들여 실시하는 재교육이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결과다.
<제인스빌 이야기>는 정부의 회의 테이블 위에서, 언론을 통해 흔히 숫자로 이야기 되고 설명되는 '경제위기'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 생생하게 증언하는 책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동걸 산업은행장 등 일부 경제관료들이 이 책을 읽었다고 했지만, '숫자'로만 경제위기를 이야기하는 많은 이들이 읽어야할 책이라고 생각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