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반문특위'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언론을 향해 "국어 실력이 왜 이렇게 없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해 추가 논란이 일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의미로 반문특위라는 말을 썼느냐'는 질문에 "반민특위라고 말한 것을 부정한 적 없다. 페이스북 글을 잘 읽어보라. 국어 실력들이 왜 이렇게 없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방 후 반민특위로 국론이 분열됐던 것을 모두 기억할 것"이라고 주장해 독립유공자 후손들로부터 '반민특위 활동을 왜곡하고 후손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나 원내대표는 23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내가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2019년 반문특위"라고 주장했다. 이는 당초 반민특위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돼 추가 논란으로 번졌다.
나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반문특위는 사실상 이미 시작됐다"며 "본인들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는 친일로 배제하고, 북한 정권수립에 기여한 김원봉을 서훈하기 위해 보훈처가 법무공단에 의뢰하고 두 곳의 로펌에도 의뢰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거듭 주장했다.
'반민특위' 발언을 한 것은 맞지만, '반문특위' 발언은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을 서훈하려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발언이며 이를 알아듣지 못한 언론의 '국어실력'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언론의 '국어 실력'을 탓한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역사학자 전우용 씨는 "황당한 말"이라고 주장했다.
전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행기 안에서 coffee or tea?'라고 물어도, 매점에서 종업원이 'cash or change?'라고 물어도 'yes'라고 대답한다. 이 정도 '영어실력'이 돼야 아무 말에나 'yes'라고 대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씨는 "'반민특위가 아니라 반문특위를 비판한 것'이라는 황당한 말에 'yes'라고 대답할 정도의 국어실력은 한국인이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비례대표제 폐지와 의원정수 축소를 골자로 한 한국당의 선거제 개편안과 관련해, 의원정수를 270석으로 축소하는 전제 하에 비례대표를 일부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모든 것을 원점으로 해 의원정수를 10% 줄인다는 대전제 하에 정개특위에서 비례의원과 지역구 의석수를 어떻게 배분할지 논의해 줄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당은 비례대표 전면폐지를 주장하지만, 이 점에 대해 조금 열린 자세로 토론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나 원내대표는 '반민특위' 발언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반문특위'라며 국민과 독립유공자를 우롱하는 말장난을 하더니, 이번에는 '비례대표 폐지'가 비판 받자 '비례대표 제도는 유지'로 말을 바꾸며 '갈지자 발언'을 늘어놓으며 연일 자기변명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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