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 “싱가포르의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0.3%나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고촉동 싱가포르 총리가 며칠 전 “미국 서부항만 폐쇄 사태와 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 악재로 인해 올해 3~4%로 예상했던 경제성장률이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뒤 이같은 잠정치 실적발표가 이어졌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으로 고통받았던 싱가포르는 지난 1.4분기 5% 성장을 기록한 뒤 2.4분기에는 다시 13.%로 호조를 보이는듯 싶었다. 그러다가 싱가포르 수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잇딴 악재들로 수렁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반짝 좋아지는 듯 싶다가 곧바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전형적인 '더블 딥'이다.
싱가포르 경제는 2000년 10.3%라는 눈부신 성장률을 기록한 뒤 지난해 2.1% 마이너스 성장의 침체국면으로 빠져들었다. 이에 당초 올해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했었으나 미국발 악재로 또다시 플러스 성장을 낙관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지난해가 워낙 불황이었던 탓에 이번 3.4분기도 전년 동기대비로는 3.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기존 전망치의 절반을 밑도는 수치이며, 경기흐름을 재는 잣대인 전분기(2.4분기) 대비로는 -10.3%나 급락한 것이다. 싱가포르의 대다수 경제이코노미스트들은 4.4분기에 상황이 더욱 악화되며 또다시 불황의 겨울이 닥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수출 의존도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이 넘을 정도로 대단히 높다. 특히 반도체, 화학제품 등이 주력 수출품목인데, 전세계적으로 이들 제품의 중복과잉투자가 극심하면서 좀처럼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이웃 국가들도 싱가포르와 처지가 비슷하다. 수출이 GDP의 116%가 넘는 홍콩과, 수출이 경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대만은 전세계적인 소비수요가 줄어들면서 심각한 경기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대만 등에서는 일부 반도체기업의 도산설과 금융위기설이 횡행하며 가권지수가 4천선마저 붕괴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싱가포르 등에 비하면 아직 우리 경제의 펀더맨털(경제기초여건)은 탄탄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수출의존도가 높기란 싱가포르 등과 오십보백보다. 미국을 위시한 세계경제가 급속히 디플레이션 위기국면으로 빠져들 경우 누구도 우리의 앞날을 낙관하기란 힘든 상황이다.
벌써부터 한국은행의 박승 총재를 비롯해 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간연구소들은 내년도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또다시 태풍이 몰아쳐오고 있다.
"태풍이 몰아쳐올 때 비탈에 서있는 나무가 살 수 있는 일은 뿌리를 굳건히 내리는 일이다"라는 한 CEO의 말이 새삼스레 가슴에 와닿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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