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컴하고 좁은 계단을 지나 지하 조사실에 들어가니 문 맞은편에 몽둥이가 세워져 있었다. 너무 무서웠다”
“수사관들이 얼굴에 검은 천을 씌우고 건물 지하로 끌고 내려가는데 매우 공포스러웠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민주인사와 학생운동 지도부, 시민군을 체포해 지하에 감금한 뒤 고문수사를 자행하고, 5·18 진압에 대한 진실을 은폐·조작했던 실질적 지휘본부였던 광주 505보안부대 보존과 활용 방안을 위한 긴급 토론회가 지난 20일 열렸다.
5·18기념재단 내 5·18민주화운동기록관 7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과 시민들은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으며, 원래 시설의 원형 보존으로 다수의 의견이 모아졌다.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최정기 교수는 2016년도의 용역보고서의 광주광역시가 진행한 시민공청회 1회, 서구 주민간담회 1회, 유관기관 자문회의 5회, 현장답사 2회, 전문가 설문조사 1회를 두고 형식적인 절차가 그 내용의 정당함까지 증명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또 505보안부대의 원래 시설을 보존하고, 역사적 의미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하며, 민주주의를 통해 원형 보존과 교육과 관련한 시민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대학교 민주평화연구원 이건근 사무국장은 광주시가 계획을 수립하던 당시와 달리 현재는 5·18진상규명특별법 제정 등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높은 만큼 보안부대 터를 최대한 원형보존하고 그 이외 신축된 장소들을 민주시민교육 장소로 활용해 일반 시민에게 공동체 의식 함양과 실천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기존 광주시 계획의 수정을 요구했다.
광주일보 김용희 기자는 독일 베를린 중심부에 있는 ‘공포의 지형(Topographie des Terrors) 기념관’ 등을 예로 들며 가해자를 설명하고 있는 공간으로서의 505보안부대의 의미는 무엇보다 크며 보존은 꼭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독일인들은 공간을 통해 과거의 치부를 과감히 드러내고 있음을,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독일인부터 아시아인까지 ‘공포의 지형’ 기념관을 찾아 과거와 소통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사회를 맡은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05보안대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역사교육에 바람직한지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였다”며 “그동안 옛 전남도청, 상무대 등 많은 5·18 사적지가 사라지거나 변행됐다. 이를 거울삼아 진상규명의 현장인 505보안대를 보존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토론을 종합정리했다.
이날 토론회는 5·18민주화운동 당시의 역사적 흔적과 기억이 더 이상 지워져서는 안 된다는 공감을 바탕으로, 국가폭력의 공간이 과거의 아픔을 기억할 수 있는 역사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원래의 취지에 맞춰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던 자리였다.
5·18기념재단은 2018년 10월 505보안부대 1차 집담회(1980년 당시 505보안부대의 조직과 활동, 그리고 증언)와 2차 집담회(505보안부대 옛터의 보존과 활용)를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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