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낙용 산업은행 전총재는 4일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4천억원 지원과 관련, 대출 당시 산은총재였던 이근영 금감위원장으로부터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 지시로 어쩔 수 없이 대출해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엄 전총재의 주장은 현대상선 대출에 청와대 고위층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엄 전총재는 4일 오후 산은 국감에 증인으로 나와 "정철조 산은 부총재로부터 보고를 받고 시정조치가 있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2000년 8월말 이근영 금감위장을 찾아가 정상적인 대출로 보기 얼려운 것 아니냐고 물었다"며 "이 위원장은 자기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상부의 강력한 지시가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임태희 의원의 보충질의에 대해 "이근영 금강위원장은 당시 청와대 한광옥 비서실장에게서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사실을 부인하고 나섰다.
이근영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엄 전총재 증언과 관련, "엄 전총재가 취임인사차 찾아왔고 두세번 내가 불러 찾아왔으며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이 그런 얘기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전임자로서 걱정해주고 위로해준 적은 있으나 상부지시를 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한나라당 김부겸 의원이 "엄 전 총재가 상부지시는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는 것을 사실상 시인했다는데 맞느냐"고 묻자 "만일 한광옥 실장이 나에게 전화를 했다면 나와 한 실장밖에 모르는 일일텐데 그 사실을 엄 총재가 어떻게 알겠느냐"고 부인했다.
이 위원장은 김 의원이 "엄 전 총재와 대질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 "나는 대북사업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며 "이전에도 얘기했듯 김충식 사장이 대북사업이 민간차원에서 하는 게 아닌 만큼 경협자금에서 지원해달라는 얘기를 오해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이근영 위원장 해명에 대해 한나라당은 엄 전 총재 증언을 통해 비로소 대북송금 지시의 배후가 드러났다며 청와대를 상대로 한 공세를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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