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이 '감사 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의견'으로 나온 사실이 22일 공시되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회계법인은 기업 재무제표가 적법한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했는지 감사한 뒤 '적정'과 '비적정'에 해당하는 한정·부적정·의견거절 이렇게 4가지 의견 중 하나를 제출한다. '한정의견'은 업체 측이 회계장부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등 적정의견을 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는 아시아나항공이 '감사의견 비적정설'이 퍼진 전날조회공시를 요구하면서 거래정지를 예고했다. 적정의견을 받았다는 공시가 나오면 거래는 즉각 재개될 예정이었지만, 한정의견을 받은 것이 확인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예정대로 22일 거래정지(21일 종가는 4040원. 시가총액 8292억 원으로 시총 순위 207위)가 된 후 다음 거래일인 25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26일부터 거래가 재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종목은 투자자에게 상장폐지 가능성 등 투자에 상당한 주의를 요하는 주식을 뜻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다.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운용리스 항공기의 정비 의무와 관련한 충당 부채 △마일리지 이연수익의 인식 및 측정 △손상 징후가 발생한 유·무형 자산의 회수 가능액 및 당기 중 취득한 관계기업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그리고 에어부산의 연결대상 포함 여부 및 연결재무정보 등과 관련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의견 한정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의 심각한 부실 상태도 드러났다. 아시아나항공은 공시를 통해 지난해 1050억 원의 순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밝힌 104억 원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도 당초 1783억 원에서 886억 원으로 줄었다.
더 큰 문제는 '한정의견'이라는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영구채로 '돌려막기'
아시아나항공은 올해만 1조 원에 육박하는 9578억 원 규모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일종의 '돌려막기'로 여겨지는 영구채(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신종자본증권으로, 후순위채보다 변제순위가 후순위)로 15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등 재무구조가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속한 금호아시아나그룹마저 높은 차입금 비율로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부채 감소에 노력을 했다고 하지만,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364.3%에 달한다. 2017년 대비 30%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차입금은 3조9521억 원이라는 막대한 수준이다.
재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처럼 회계법인으로부터 '비정적 의견'을 받을 대기업들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감사 신뢰도 제고를 위해 부실감사의 책임을 외부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에 지워 과징금을 부과하는 새로운 외부감사(신외감법) 시행령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로 곤욕을 치른 회계법인들이 그룹 차원에서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아시아나항공 등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예전과 달리 '포렌식' 수준의 감사를 진행하면서 상당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의 모회사인 주식회사 한화도 지난 20일 감사보고서를 예정대로 제출하지 못해 '제출 지연 공시'를 한 후 장 마감 후 제출하는 등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을 공시한 코스피 상장사만 11개에 달했다. 코스닥 상장사도 12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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