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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의 마지막 승부수, 다케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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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의 마지막 승부수, 다케나카

금융상ㆍ경제재정상 겸임, "한국 금융개혁이 개혁모델"

북-일 정상회담으로 지지율을 40%에서 60%대로 끌어올린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가 이번에는 금융개혁에 정치생명을 걸었다.

고이즈미는 지난 30일, 취임후 1년5개월만에 처음으로 단행한 개각을 계기로 금융정책의 방향을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금융재건 쪽으로 전환했다.

***고이즈미, 금융개혁파로 경제팀 재건**

이날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공적자금 투입에 반대해 왔던 야나기사와 하쿠오(柳澤伯夫) 금융상의 경질. 고이즈미는 그대신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 재정상으로 하여금 금융상을 겸임토록 했다.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재무상은 그대로 유임됐다. 경제팀을 '금융개혁파' 일색으로 짠 것이다.

우리나라가 IMF사태후 '재경원 망국론'이 제기되면서 재경원은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기획예산처 셋으로 해체했듯, 일본 대장성도 세 토막으로 해체됐다. 재무부가 우리나라의 재경부, 금융부가 금융감독위원회, 경제재정부가 기획예산처에 해당되는 셈이다.

문제는 고이즈미 경제팀 내에서 그동안 금융개혁을 둘러싸고 재경부와 경제재정부 대 금융부 사이에 팽팽한 대립이 있어왔다는 사실이다.

고이즈미는 당초 총리취임때 국민들의 높은 개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과감한 금융개혁과, 이에 따른 부실기업 정리를 추진했었다. 그러나 일본 기득권층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개혁을 거부하는 일본 기득권층**

우선 은행장들이 결사 반대했다. 한국의 경우에서 보았듯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은행의 행장을 위시한 임원들은 모두가 옷을 벗고 민·형사상의 부실책임까지 떠맡아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은행의 고문 타이틀로 막후에서 은행을 지배해온 전 대장성 출신 관료들도 공적자금 투입에 결사반대했다. 은행 임직원들과 마찬가지 이유에서였다.

부실기업들도 결사반대했다. 은행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가장 먼저 청산대상이 되는 것이 은행에 빌붙어 연명하고 있는 부실기업들이었기 때문이다.

자민당도 반대했다. 건설사를 필두로 한 이들 부실기업들이야말로 자민당의 최대 돈줄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이즈미의 금융개혁은 처음부터 넘기 힘든 장벽에 부딪쳤고, 특히 금융감독을 엄격히 해야할 야나기사와 하쿠오 금융상의 이율배반적 금융개혁 반대로 취임후 1년5개월동안 고이즈미의 금융개혁은 한걸음도 진전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비유한다면 IMF사태후 금융·기업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둘렀던 이헌재 전 금감위원장같은 이가 일본에서는 금융·기업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온 셈이다.

***이대로 가다간 일본은 없다**

고이즈미는 야나기사와 금융상으로 대표되는 일본 기득권층의 반발로 그동안 제자리 걸음만 거듭하다가, 일본금융시스템 자체가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일본발 세계공황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하자 금융상 교체의 결단을 내린 것이다.

고이즈미는 입각전 대학교수시절부터 일관되게 금융개혁을 주창해온 다케나카 경제재정상에게 금융상까지 겸임토록 함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금융개혁 의지를 나타냈다. 우리나라로 치면 기획예산처장관이 금융감독위원장까지 겸임, 공적자금 투입과 부실은행·기업 정리를 총괄토록 한 것이다.

고이즈미는 30일 개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정상적이고 건전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일체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며 "개혁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개각을 단행키로 했다"고 금융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고이즈미는 이어 "10월중으로 금융 관련 구체안을 마련하라"고 다케나카 경제재정상 겸 금융상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다케나카는 일관되게 금융개혁을 주창해온 개혁파**

이에 일본 국내외 경제계는 과연 다케나카가 앞으로 어떤 칼날을 마련할지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외의 반응은 일단 다케나카를 믿어보자는 쪽이다. 다케나카가 그동안 보여온 강한 금융개혁 의지를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

1951년생인 다케나카는 히도츠바시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였고, 오사카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일본의 대표적 경제두뇌다. 전공은 경제정책과 투자·저축의 실증분석이다.

그는 84년에 일본 최고 경제학자에게 주는 산토리학예상을, 87년에 이코노미스트상 등을 수상하였고, 일본개발은행, 대장성 재정금융연구소 연구원, 하버드대학 객원교수, 오사카대학 경제학부 조교수 등을 거쳐 게이오대학 교수를 지냈다. 그러던 중 고이즈미 정권이 출범하자 경제재정상으로 합류, 일본개조를 추진해왔다.

<대외불균형 거시분석> <일-미 마찰의 경제학> <소프트파워 경제> <경세제민-경제전략회의 1백80일> 등의 많은 저서를 쓰기도 한 그는 IMF사태후 한국이 단행한 금융개혁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며,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일본 경제관료들을 비밀리에 한국에 보내 재경부 등으로부터 금융 구조조정에 대한 많은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이즈미가 이제 칼을 뽑았다. 과연 그가 일본의 거대한 기득권층의 저항을 뚫고 금융개혁을 단행할 수 있을 것인지, 지금 세계가 고이즈미의 금융홍위병인 다케나카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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