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산업은행으로부터 당좌대월을 받아 4억달러를 북한에 밀송금했다는 한나라당의 의혹을 사고 있는 현대상선이 28일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당좌대월 4천억원 가운데 1천억원은 그해 6월에, 나머지 3천억원은 그해 7~8월에 만기도래어음 상환 등에 사용했으며 이에 대한 상세한 기록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또 "현재는 이들 기록을 공개할 경우 거래기업들의 불이익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정치권이 국정조사 등을 하면 곧바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의 이같은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현대상선이 2000년 6월7일 산은으로부터 4천억원의 당좌대월을 받은 뒤 곧바로 이를 수표로 바꿔 국정원이 대신 북한으로 송금했다는 한나라당 주장에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8일 "현대상선의 2000년 상반기(1~6월) 사업보고서에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당좌대월 계정이 1천억원, 일반대출계정이 9백억원으로 기록돼 있다"며 "이는 마이너스 통장인 당좌대월 성격상 대출한도로 정해진 4천억원 가운데 사업보고서 작성시한인 6월말까지 1천억원만 대출해 썼기 때문에 회계원칙에 따라 그렇게 기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나머지 당좌대월 3천억원은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가 재차 불거지면서 현대 계열사들에 대한 자금회수 압력이 거셌던 그해 7~8월에 모두 만기도래 어음이나 회사채 상환요구에 사용했다"며 "이와 관련한 상세한 기록은 지금 재무 파트에서 모두 보관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0년 7~8월에 3천억원을 사용하면서 당좌대월한도가 모두 소진되고 통상 3개월인 당좌대월 상환기간이 돌아왔으나 상환능력이 부족해 그해 9월28일 3백억원, 10월28일 1천4백억원만 우선 갚고, 갚지 못한 2천3백억원중 1천억원은 산은이 일반대출로 전환처리해줘 2000년 연말보고서에 '당좌대월 1천3백억원'이라는 기록이 남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은 거래기업이나 15개 거래은행들의 불이익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자료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정치권에서 국정조사 등을 통해 정식으로 자료를 요청하면 이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일각에서 4천억원의 거액을 차입하기로 하면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나, 자본금의 50%를 넘는 차입에 대해서만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돼 있고 당시 현대상선 자본금이 2조원을 넘는 상황이었기에 대표 전결로 처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의 이같은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한나라당 주장과 정면배치된다.
한나라당의 김문수 의원은 28일 "현대상선이 고위층으로부터 당좌대월 대출금 4천억원을 국정원에 넘겨주라는 지시를 받고 바로 수표를 찾아 국정원으로 전달했고 국정원은 다시 이 돈을 북한과 미리 약속한 해외계좌로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29일 4억달러 북한 송금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국정조사를 단독으로라도 추진키로 해, 국정조사시 현대상선이 공개하겠다는 당좌대월 상세내역이 주목된다.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와 별도로 오는 10월4일 산업은행에 대해 국정감사를 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의 자료 공개 여부와 별개로 산은에 대한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과연 한나라당 주장대로 현대상선이 한꺼번에 4천억원을 수표로 찾아갔는지, 아니면 6~8월에 분산해 찾아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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