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1월 제일은행을 인수했던 미국계 펀드 ‘뉴브리지 캐피탈’이 이번에는‘중국 은행 사냥’에 나섰다. 이밖에 시티그룹도 중국 은행 인수에 나서는 등 미국계 자본의 중국 금융시장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의 대다수 금융기관에 잠재부실이 엄청나 외국계가 쉽게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나, 장차 중국시장의 거대한 잠재력을 겨냥해 우량은행 중심으로 은행 매수에 나선 것이다. 국민은행 등 우리나라 은행들도 중국시장 진출을 본격추진하고 있는만큼 이들 미국계 금융기관의 움직임은 앞으로 비상한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경제전문주간지 비즈니스크위크 최신호(9.30)는 “아시아 금융위기를 틈타 헐값에 나온 금융기관들을 인수하면서 재미를 본 뉴브리지가 제일은행 인수보다 훨씬 더 야심찬 모험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뉴브리지는 중국의 국영 선전개발은행을 인수하면서 중국 본토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수가 성사된다면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된 이후 최초로 중국의 은행이 외국계에 팔리는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2006년까지 외국계 은행 진출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외국계 은행들은 1조 달러의 금융자산이 있는 중국 금융시장에 눈독을 들여왔다.
중국 금융당국으로서는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해 자국의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는 점에서 선전개발은행의 매각을 계기로 중국 은행들이 시장경제에 보다 충실한 은행들로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다.
뉴브리지 캐피탈은 선전개발은행의 지분 20% 정도를 사들일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은행의 지분 72%가 상장돼 있어 뉴브리지가 이사회를 장악하기에 충분하다. 선전개발은행은 선전증권거래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원칙적으로 당국의 승인을 받았지만 다른 외국계 투자기관들과도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전개발은행은 장부상 5억 달러에 달해 지난해 홍콩상하이은행(HSBC) 홀딩스 PLC가 상하이은행 액면가의 1.67배로 일부 지분투자를 한 선례를 따른다면 20% 지분을 사들이는데 1억6천7백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987년 설립된 선전개발은행은 중국에 증시가 개시된 1988년 초에 중국 최초로 상장된 은행으로 이를 상징하듯 업종코드가 000001이다. 지난 10년간 이 은행을 보유한 투자자는 4백27%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같은 기간 선전 A주식 지수는 63% 상승했다.
선전은행이 이처럼 중국의 대표적 우량은행으로 6월 현재 부실채권 비율이 6%에 머물 수 있었던 것은 북경 당국의 관치를 덜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중국의 4대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점과 대조되는 성적이다.
한편 시티그룹도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푸둥개발은행의 지분 10%을 인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한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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