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진료하는 의료기관은 쇠퇴하는데 반려동물 진료하는 동물병원은 일취월장’
대한민국이 1000만 반려동물 가족시대를 맞으면서 동물병원들은 일취월장하고 있지만 정작 사람을 진료하는 의료기관은 갈수록 쇠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원 태백시 황지동에서 10년째 철물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공교롭게도 인근에 동물병원과 동네의원이 인접해 지난 10년간 동물병원과 동네의원의 부침을 지켜보며 세월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태백시보건소에 따르면 A씨의 철물점 인근 동네의원은 1990년 12월 개원했으나 경영난과 의료비 과다청구로 인한 진료정지 등으로 2017년 5월 원장이 교체되면서 동네의원 명칭도 변경했다.
반면 1995년 여름 A씨의 철물점 인근에 개업한 동물병원은 반려동물 가족들의 급증과 친절한 진료를 한다는 소문이후 임대로 입주했던 동물병원 원장은 해당건물과 부지를 매입했다.
또 동물병원은 지난해 인근 부지까지 매입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2층과 3층의 건물을 신축해 1층은 동물병원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사무실 등의 용도로 임대하고 있다.
A씨는 “오전 9시 이전에는 초등학생들의 등교 때문에 소란하다가 오전 9시 30분이 되면 지팡이를 짚은 노인들이 동네의원을 찾는다”며 “오전 10시까지 조용하던 동물병원은 부부들이 반려동물을 안고 찾아오면서 붐비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동네의원에서는 부모에게 (자녀가)큰소리를 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동물병원을 찾은 부부들은 반려동물을 애지중지 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라며 “나이든 어른은 무시되고 반려동물이 오히려 사랑을 받는 풍토로 바뀐 요즘의 세태가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한편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정부의 의료수가가 의료업계의 현실을 외면하고 규제가 강화되는 바람에 병의원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사람을 진료하는 의료기관은 갈수록 쇠퇴하지만 보험적용이 안 되는 동물병원은 수익이 좋아지면서 양극화가 뚜렸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인구감소와 정부의 의료수가에 대한 규제강화로 사람을 진료하는 의료사업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월 현재 4만 5000명이 채 안 되는 인구를 가진 태백지역은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 등 병원 2곳을 비롯해 의원 24곳, 치과 9곳, 한의원 7곳, 약국 20곳이 운영하고 있으나 동물병원은 단 2곳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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