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은 17일 자신이 보유중인 현대중공업 지분을 "신탁업법에 근거해 공신력이 높고 경영구조가 투명한 금융기관에 위탁, 의결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수탁은행이 행사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공업지분에서 나오는 이익은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현대중공업의 고문직도 오늘부로 사양하겠다"고 밝혔다.
***현중 주식은 은행에 신탁**
정몽준 의원은 이날 대통령 선거 출마선언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중공업 지분과 관련 처분하는 방안도 고려해 봤지만 현대중공업의 경영권이 예전의 기아자동차처럼 허공에 뜨거나 제3자의 자본으로 갈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또한 지분이 처분될 경우 주주와 지역사회에 대한 나쁜 영향이 있을 수 있고 불특정다수에게 처분하는 것도 증시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중공업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이사회에 이양하는 방안도 고려해 봤지만 법에 맞지 않고 공익재단에 출연하는 문제도 재단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며 "모든 방안들을 검토한 결과 은행에 수탁하는 방안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탁한 지분에 대해선 해당 금융기관에게 보고 등의 의무를 부여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아직 국내에 블라인드 트러스트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지만 그 정신을 최대한 살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생모 공개, 사실상 거부**
정 의원은 신당 창당과 관련해선 "신당창당은 10월 중순쯤 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지만 구체적인 부분들은 뜻이 맞는 사람들과 의논해 결정하겠다"며 "신당은 개인의 지배를 받지 않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서는 "신문을 보니 노 후보가 후보단일화는 없다고 했는데 그 분 생각이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밖에 최근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생모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 유학중인 지난 78년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분을 잠시 만난 적이 있다"며 "아버님께 말씀드리니까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셨고 그 이후에는 만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신문과 잡지에서 국악인 등등 하는데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금 10년째 병원에 계시는 어머님(변중석 여사)이 내 어머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사실상 생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기대 밑돈다는 반응**
이같은 정 의원의 기자회견에 대한 반응은 기대를 밑돈다는 의견이 많다.
우선 현중 주식의 은행 신탁과 관련, 이 정도 조치를 갖고서는 '재벌의 정치참여'에 대한 비판여론을 납득시키기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은행에 신탁을 맡겨놓은 기간동안은 경영참여가 제한되나 신탁을 해지할 경우 언제든지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 의원이 신탁을 맡겨놓는 방식을 취하더라도 그가 현중의 최대주주인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만큼 현중 임직원들이 받게 될 정치적 압력은 변함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신탁을 맡기는 금융기관이 현중과 거래가 많은 금융기관일 경우 객관적 신탁 효과도 의문시될 가능성이 높으며, 기업 경영을 알지 못하는 금융기관이 과연 현중 경영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정 의원 대선출마의 첫번째 바로미터가 될 현중 주식 처리와 관련, 이처럼 미온적 해법을 제시함에 따라 앞으로 여야 정치권을 비롯한 노동계, 재계 등의 견제 움직임은 상당히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현중 주식을 내놓으면 현중이 주인없는 제2의 기아가 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은 정 의원의 사고가 '재벌 지상주의'에 젖어 있음을 보여주는 한 증거"라며 "앞으로 재벌의 정치참여에 대한 소모적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주인이 없어지면 길 잃은 아이가 될지 모른다는 논법이 나온 셈인데, 주인이 없어진 기업이 길을 잃어버렸다가 찾기도 해야 경쟁력이 생기는 법 아니냐"며 "정 의원의 사고방식은 소유-경영 분리라는 대세와는 어긋나는 보수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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