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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하나의 '월가 신화' 붕괴-시티그룹 웨일 회장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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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하나의 '월가 신화' 붕괴-시티그룹 웨일 회장의 몰락

사퇴압력 급증, 금융공룡 만들어 몰락 자초

세계 최대의 금융그룹이자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유일의 '글로벌 뱅크'인 시티그룹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진단이 나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4분기에도 월가의 예상치를 웃도는 41억 달러라는 막대한 수익을 올린 시티그룹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내부통제가 불가능한 금융공룡 시티그룹**

몇가지 이미 알려진 악재들이 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남미에 대출해준 돈들이 이들 국가의 금융위기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는 것, 엔론의 회계조작에 연루되었다는 점, 인기있는 기업공개주식(IPO) 주식을 특정기업 임원들에게 특혜 배정한 대가로 기업금융업무를 수주해왔다는 것, 최근에는 IPO 업무 수주를 위해 AT&T에 대한 우호적인 기업분석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산하 증권사 살로만 스미스바니(SSB)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시티그룹 회장 샌포드 웨일이 뉴욕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전문주간지 비즈니스위크(BW)는 최신호 커버스토리로 '위기의 시티그룹'을 다루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사실은 보다 더 근본적인 우환의 증세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시티그룹의 주가가 올해 들어 30%나 폭락한 배경에는 시티그룹의 한계를 내다본 투자자들의 불안이 있었다는 것이다. 시티그룹의 주가는 올 1월 48.50달러에서 현재 34달러선으로 추락해 시가총액이 7백40억달러나 줄었다.

자산운용사 회퍼 앤드 아네트의 리처드 보브 전무는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시티그룹의 위용 뒤에 다음과 같은 글씨가 보인다: 이 회사는 신뢰할 수 없으며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어 성장할 수 없다"며 극도로 부정적 평가를 했다.

그동안 시티그룹은 매년 두 자리수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합병붐을 주도해 왔다. 올해 일흔이 된 샌포드 웨일 회장은 이같은 혁혁한 전과를 올린 주역이다. 그러나 바로 이 합병 때문에 시티그룹은 제대로 추스르기 힘든 방대하고 복잡한 조직이 되었다는 것이다.

살로먼 스미스바니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는 엘리엇 스피처 뉴욕 검찰총장은 "기업금융서비스와 대출업무를 겸업할 수 있게 되면서 금융서비스의 이해상충으로 내부통제가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투자은행업 전문가 새무얼 헤이스 교수도 "원스톱 금융시장은 현실적이기보다는 이론적 모델에 가깝다"면서 "복합금융그룹들은 수지가 맞지 않아 다시 분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웨일이 회장으로 있는 한 시티에 투자하는 일은 없을 것"**

신뢰의 위기에 직면한 시티그룹의 웨일 회장은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기로 하고 독립적인 이사회를 신설하기로 하는 등 일련의 개혁안을 내놓고 있다. 이해상충 행위 금지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고 살로먼 스미스바니의 투자공개요건도 강화했다.

그러나 시티그룹의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졌다고 보는 전문투자자들조차 시티그룹의 개혁노력에 대해 회의적이다. 월가의 투자전문가 데이비드 엘리슨은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상황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주식을 사겠다"면서 "시티그룹의 샌디 웨일같은 이에게 다른 사람의 돈을 거는 행위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올해 일흔이 된 고령의 웨일회장이 순조로운 승계작업을 내놓길 바라고 있다. 웨일은 권력 분점을 극도로 혐오하는 '제왕적 CEO'로 악명높다. 또한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이며 후계구도나 자신의 보수 따위를 논하는 회의를 비웃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90년대에 웨일 회장이 받은 보수는 모두 10억달러에 달해 사상 최고의 보수를 받은 경영자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현금 1천8백만 달러를 포함한 무려 2천8백20만 달러의 보수를 챙겼다.

그러나 다른 금융계 CEO와는 달리 그는 대부분의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3천2백60만주의 시티그룹 주식을 갖고 있지만 올 1월에 비해 주가폭락으로 시가평가는 4억7천만 달러나 줄었다. 따라서 시티그룹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누구보다 노심초사하는 이가 웨일 회장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그에게 해결 능력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또하나의 신화의 붕괴**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웨일은 월가의 살아있는 신화였다.

웨일은 브루클린 출신의 불우한 소년기를 거쳐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주식브로커들을 모아 시어슨 뢰브 로즈라는 회사를 차려 나중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X)에 팔았다. 아멕스에서 출세하려는 꿈을 가졌던 웨일은 도중에 사표를 내는 좌절을 겪지만 1986년 조그만 소비자금융회사를 인수한 뒤 여러 차례 다른 회사들을 흡수하는 수완을 발휘해 투자은행인 트래블러스를 차렸다.

1998년 트래블러스를 미국 최대의 금융지주회사 시티코프와 합병시킨 것은 웨일의 최고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단 존 리드와 공동 최고경영자가 된 후 2000년부터 웨일은 존 리드를 밀어내고 시티그룹의 절대권력자로 군림했다.

그는 시티그룹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98년 오랜 측근이었던 제이미 디아몬조차 토사구팽시켰다. 지금은 뱅크원 은행의 최고경영자가 된 디아몬은 웨일에게 '가장 무거운 죄'를 저질렀다. "언젠가 웨일을 대체할 만한 능력의 소유자로 보였다"는 죄다.

웨일은 '웨일의 이너서클 3총사'로 불리는 로버트 윌럼스태드(56), 마이클 카펜터(55), 토마스 존스(53) 등에 각각 소비자금융, 투자금융, 자산운영을 맡겼으나 나름대로 견제조치를 해두었다. 국제금융부문을 신설해 데릭 모언(54)을 승진발령한 것과 미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을 공동CEO로 끌어들인 것이다. 데릭 모언의 자리는 세계 지역책임자들의 보고를 받아 '이너서클 3총사'처럼 웨일에게 직보하는 요직이다.

로버트 루빈이 맡은 역할을 일종의 '기업 순회대사'다. 루빈은 시티그룹을 경영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나, 웨일이 갑자기 시티그룹을 떠나는 상황이 닥치면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최고경영자로 추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권력구도에 따라 웨일의 한 측근은 "웨일 회장은 앞으로 1~5년 동안 회사 사정과 관계없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면서 "건강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 위크는 "웨일이 마지막으로 해낼 수 있는 업적은 시티그룹을 온갖 추문에 휩싸인 금융슈퍼마켓에서 과거의 시티뱅크처럼 바꾸는 일이 될지 모른다"고 그의 한계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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