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내 친이계 주류 의원들이 세종시 수정안의 전방위 홍보에 나서면서 친박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25일 서울에서 열린 국정보고대회에서도 계파간 '격돌'이 연출됐다.
친박계인 허태열 최고위원은 이날 노원구민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당 강북권 국정보고대회에서 "부부간에도 신뢰가 깨지면 절대 행복할 수 없고, 가정 유지조차 어렵다"며 작심한 듯 20여 분간 세종시 수정 추진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허 최고위원은 "세종시 계획을 수정하자는 입장은 세종시 하나만 보는 것이나 원안대로 가자는 것은 앞으로 미칠 정치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자는 것"이라며 '신뢰'와 함께 원안 추진을 강조했다.
이날 세종시 문제에 불을 지핀 것은 친이계 안상수 원내대표였다. 안 원내대표는 허 최고위원의 발언에 앞서 "세종시 문제로 (당내에) 약간의 의견 대립이 있지만 국가를 위한 견해차에 불과하다"며 친박계의 원안 고수 주장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친이계인 장광근 사무총장도 "아직도 지난 정권에서 박아 놓은 깊고 넓은 대못의 뿌리를 제거하지 못했다"며 "이 대통령이 성공적인 업무수행과 국정수행을 하도록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세종시 수정 추진을 주장했다.
"당내 논쟁을 자제하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으나 정몽준 대표와 친이계 주류가 연일 세종시 수정 필요성을 밀어붙인 셈이다.
이날 정몽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우리는 과거에 사는 자가 아니라 미래에 살 자이다"는 어록을 소개하고 "전 세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현실을 우리가 직시하면서, 우리 정치인들이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바라본다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고 박근혜 전 대표와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가기도 했다.
한나라당 주류도 설 연휴 전까지 국정보고대회를 마무리한다는 입장을 정하는 등 '여론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7일에는 충북에서 대회를 열고, 28일에는 경기동북권, 29일 경기서남권, 2월 2일 광주·전남, 3일 전북, 4일 강원, 5일 울산·경북에서 국정보고대회를 연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부산, 대구 지역은 친박계의 반발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날 허 최고위원은 "우리는 탄핵역풍이 불어 간판을 내릴 뻔하다가 결국 정권을 쟁취했다"고 박근혜 전 대표를 추켜세운 뒤 "역대 대선 결과 충청권에서 이기지 못하면 정권을 창출하지 못했다"고 역설했다. 최근 충청권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묘한 해석을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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