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학기부터 시행되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시행령에 제때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최대 50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출자가 자신의 재산 상황을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날 발표된 시행령에 따르면, 채무자는 본인·배우자의 주소와 부동산 등의 재산 상황, 금융 재산 정보를 연 1회 이상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10만 원(대출 원리금 500만 원 미만)에서 100만 원(대출 원리금 3000만 원 이상)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종합·양도 소득자가 소득세법에 따라 의무 상환액을 신고·납부하지 않을 경우 20만 원(의무 상환액 연 100만 원 미만)에서 500만 원(의무 상환액 연 2000만 원 이상)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의무 상환이 시작되면 채무자는 상환 액수와 관계없이 매달 최소 3만 원을 갚아야 한다. 실질적으로 소득이 없어도 직전 연도 연간 소득 금액에 따라 납부 고지를 받았다면 원리금은 계속 납부해야 한다.
외국 이주 또는 1년 이상의 외국 체류를 위해 거주 여권을 받으려면 대출 원리금을 모두 상환했다는 증명서를 외교통상부에 제출해야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내용이 증명되지 않으면, 거주 여권 발급이 제한 될 수도 있다.
이종걸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애초 취지는 사라지고 누더기 돼가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시행령이 발표되자 등록금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등록금넷)'는 25일 논평을 내고 "최대 500만 원까지 물어야 하는 과태료는 너무 가혹하다"며 "정부가 진정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를 서민 정책으로 선전하고 싶다면 당장 시행령의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등록금넷은 교과부가 발표한 과태료 부과 기준을 놓고 "다른 대출제보다 기준이 훨씬 엄격한데다가, 재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의 경우 복잡한 재산 신고를 미처 챙기지 못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산 신고 중 일부 내용이 누락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은 정부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돈을 벌겠다고 작정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이어서 "교과부는 미상환으로 인한 국가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런 강도 높은 규정을 두었다고 하지만, 이런 규정은 금융권의 일반 대출 규정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가혹한 내용"이라며 "갑자기 실직을 해 소득이 없더라도 전년 소득에 기해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는 조항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등록금넷은 군 복무 중에도 이자를 납부해야하는 방침에 대해서도 "군 복무 중 이자를 부과하는 것의 문제점은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지적했던 부분"이라며 "그러나 교과부는 시정 조치 없이 이 내용을 그대로 강행할 태세"라고 꼬집었다.
교과부는 시행령에 군 복무 기간 중 이자 산정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포함시키지 않아, 군 복무 기간에도 이자는 계속 붙게 될 전망이다. 군 복무 학생들에게 이자를 지원하려면 연 11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지만, 아직 관련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자 면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이종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민주당)은 25일 논평을 내고 "시행령의 일부 내용을 보면,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의) 애초의 취지는 사라지고 누더기가 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준비하는 시행령은 결국 대학생을 빚쟁이로 만드는 것"이라며 "문제점에 대해 보완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는 외면한 채, 마치 '은행의 대출 약관'과 흡사한 시행령으로 미래의 채무자인 대학생에게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받아낼 수 있을까 궁리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학생의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가 애초의 법 취지에 맞도록 시행령을 즉각 수정·보완하라"고 요구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