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018년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 침해 실태를 예년에 비해 완화된 표현으로 묘사했다. 북미 협상의 쟁점인 경제 제재 문제에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되, 인권 문제에선 상대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보여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는 13일(현지시간)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통해 '정부에 의한 불법적 살해', '정부에 의한 강제 실종', '당국에 의한 고문', '공권력에 의한 임의 구금' 등 북한 인권 침해 사례를 언급하며 주체가 북한 정권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마이클 코작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국 대사는 북한의 인권 실태를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상황이며 어떤 진전도 목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2017년 보고서에 포함됐던 "북한 주민들이 정부의 지독한 인권침해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빠지는 등 표현 수위가 한층 낮아졌다는 평가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해 귀환해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이름도 보고서에 오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코작 대사는 "지난 1~2년 간 보고서 서두에 '각국의 중대한 인권 이슈는 다음과 같다'고 표현하는 형식을 사용해왔다"며 "함축적으로 북한은 지독하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북한을 자극할만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교착국면에 돌입한 북미 협상을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해석이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인권보고서 서문에서 "미국의 정책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그들의 전력과 상관없이 관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인권 전력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국익 차원에서 외교적 협상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 정부는 대북 경제 제재 문제에선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 국무부는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오늘 워싱턴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베네수엘라 사태, 예멘의 인도적 위기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위원회 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회동이라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에 관한 사항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14일 뉴욕에서 유엔 안보리와 주요국 대표들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국무부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까지 북한 관련 안보리 결의에 대한 완전한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주제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휴스턴 지역 방송사인 'KPRC 2 휴스턴'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결의안들은 미국의 제재가 아니라 유엔 안보리의 제재들"이라며 "전 세계는 이 위협을 잘 알고 있고,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제거하고 국제사회에 다시 합류하는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하기를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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