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준영 씨의 불법영상 촬영‧유포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언론이 피해자들의 신상 정보에 집중하는 등 '2차 가해' 양상을 보이고 있다. 2차 피해를 불식시켜야 할 언론이 도리어 피해 확산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1일 SBS는 '성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승리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취재하던 중 정 씨가 단체방에 성관계 영상을 몰래 찍어 유포한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보도했다.
보도 이후 해당 단체방에 있던 인물뿐만 아니라 불법영상 피해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이어졌다. 12일 '정준영 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지라시'가 유포됐고, 해당 리스트에 포함된 여성 연예인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13일에는 한동안 '정준영 동영상'이 검색어 1위에 머물렀다.
이런 가운데, 채널A와 <동아일보>는 12일과 13일 각각 피해자의 직업 정보를 '단독'으로 내보냈다. 피해자의 신원을 예측할 수 있는 구체적 정보들을 제목을 포함해 내용에 담아 보도한 것이다. 해당 보도 이후 다수 매체가 이를 받아쓰며 클릭수를 늘리기 위한 이른바 '어뷰징'을 했다.
이 같은 보도 행태는 지난해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가 지난해 함께 펴낸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을 어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기준은 피해자 보호 우선, 선정적‧자극적 보도 지양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3일 논평을 내고 채널A와 <동아> 보도에 대해 "단독에 집착해 성범죄 사건을 가해자의 시선으로 전한 사실상 '공범' 수준의 보도를 방송에서 버젓이 내놓았다"고 규탄하면서 "피해자 보호와 선정적·자극적 보도 지양 등의 원칙을 내던진 채널A 보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방송심의 민원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타 매체에 대해서도 "지금 당장 시급한 건 모든 언론사가 채널A와 같은 보도를 어뷰징하는 행태를 멈추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채널A, '취재원 보호' 취재기자 요청도 묵살...결국 '삭제'
채널A는 기사 출고 과정에서 취재기자가 피해자 보호를 요청했음에도 이를 묵살한 사실도 드러나 더욱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널A 기자협회는 13일 오후 보도본부장을 수신인으로 한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협회는 "3월 12일 뉴스A에서 보도된 정준영 성 영상 관련 보도에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그대로 나갔다"며 "해당 기사 출고 과정에서 취재 기자가 수차례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 기사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기자협회 차원에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보도본부 차원에서 성폭력 성희롱 사건 보도 실천 요강을 공유할 수 있게 조치해주시길 바란다"며 "해당 기사 인터넷 상 완전한 삭제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김정훈 채널A 보도본부장은 이러한 내부 비판에 대해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기사는 온라인상에서 삭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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