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전북 김제시 죽산면 한 아로니아 농가. 앙상한 아로니아 나뭇가지 위로는 까마귀떼만 가득했다.
심재철(가명)씨는 "1~2년 전만 해도 아로니아를 사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지만 지난 수확철에는 공짜로 준다해도 안가져갔다"라며 "인건비도 못건져 아로니아를 채취 안 했는데 까마귀떼도 안먹었다"고 말했다.
심씨의 6000평 아로니아 밭에는 2000평만 심어져 있고 4000평의 아로니아 묘목은 파헤쳐진 상태로 한쪽에 모여있었다. 저온창고에도 얼린 아로니아 8t이 가득 차 있었다.
정부의 피해 보상에 기대어 아로니아 묘목도 태우지 못한 채 속절없이 바라보고 있는 상태다.
다른 아로니아 농가로 이동했다.
이곳도 앙상한 아로니아 나뭇가지 뒤 창고에 얼린 아로니아 박스가 가득 차 있었다.
박향자(가명)씨는 "오전에 판매하러 나갔는데 물량이 많아 매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왔다"고 무거운 발걸음을 창고로 옮겼다.
박씨는 아로니아 과육을 꺼내 기자에게 건넸다. 입에 넣자 떯은 과육이 혀를 타고 목젖까지 이어졌다.
박씨는 "생과로 먹기 힘들다. 꿀이나 요구르트틀 섞어서 갈아먹어야 된다"고 웃었다.
이렇게 창고에서 사투를 벌이는 아로니아가 전북에만 수천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정부는 지난달 '아로니아 과원정비지원 사업' 신청을 받았다. 아로니아 묘목을 뽑는데 필요한 비용을 대주는 사업이다. 1㏊(3025평)당 600만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공급을 줄여 시장가격을 조정하겠다는 의도다.
공급을 줄이기 위해 전국에서 600㏊가 신청했는데, 이중 전북은 40%(234㏊)를 차지했다.
얼핏 겉으로 보기에는 품목을 잘못 선택한 어느 시골 농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김제시의 아로니아 육성표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유통과 판매는 뒷전이고 생산농가 확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김제시는 2014년 아로니아 재배면적 확대를 위해 위해 2만 묘목을 지원한다고 홍보했다. 당시 농가 모집 조건도 '고품질 아로니아 생산 확대를 위한 교육장으로 활용이 가능한 곳'이었다.
김제시 기술지원센터는 정책과, 기술보급과, 축산진흥과, 유통과, 농촌지원과 등 5개 과로 나눠져 있다. 김제 아로니아는 6000여 만원의 사업비로 기술보급과에서 보급했다.
하지만 기술센터내 다른 부서 관계자 들은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술센터 한 관계자는 "기술보급과에서 추진한 아로니아 사업 전산(컴퓨터 프로그램)도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보급사업 같은 경우 면사무소를 거치면 농가 파악도 되고 관리도 가능한데, 아로니아는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농업을 제1과제로 추진하는 전북도청은 수년전부터 각 시·군에 무분별한 아로니아 작목 육성에 대해 경고했다고 밝혔다.
전북도청 농산유통과 관계자는 "아로니아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생산과 유통이 연계가 필수다"며 "생산하면 어떻게든 팔리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농산물 유통전문가는 "워낙 생산물량이 많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손절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 이후부터 전북지역 아로니아 재배면적이 10배 늘어나는 사이, 가격은 20배 폭락했다. 전북지역 추정 재배농가는 1089(436㏊)농가. 이 농가 저온창고에는 가격 오르기만 기다리는 아로니아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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