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균형발전이 화두다. 이 가운데 국회는 30년만에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한 이 법안에 '맹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안에 따르면 정부가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할 수 있는데, 해당되는 도시는 네 곳이다. 그 중 세 곳이 경기도에 몰려 있다. 지방 분권 구현은 좋지만, 국토 균형 발전 측면에서 볼 때, 수도권 집중이 심화될 우려가 높아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의 행정체계는 서울시나 세종시처럼 특별시가 있고, 경기도, 강원도, 전라북도, 부산, 광주와 같은 광역시․도가 있다. 그리고 전주, 성남, 청주 등 시와 군의 기초자치단체로 나뉜다.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반에는 인구 기준으로 100만 명에 가까운 도시를 광역시로 지정했었다. 그러나 최근 100만 명이 넘는 도시들이 생겨났다. 수원, 고양, 용인, 경남 창원이다. 그동안의 기초단체 수준의 행정체계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일종의 '제2의 광역시'인 특례시를 정부가 지정한다는 것이 논리다.
문제는 특례시가 수도권과 경남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광역시를 품고 있는 광역자치단체(도)는 사정이 낫지만, 강원도, 전라북도, 충청북도는 '특례'에서 벗어나게 된다.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소외된 지방의 특례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김승수 전주시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시장 인터뷰 전문. (편집자)
프레시안 : 인구 65만의 전주시가 특례시 지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김승수 : 정부가 30년 만에 지방자치법을 전면개정하면서 특례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기존의 수도권 중심의 발전을 지양하고, 지방과 수도권이 함께 발전해보자는 취지였다. 정부 안대로 지역 발전도 등을 감안하지 않고 오로지 인구 100만 이상 규모로만 특례시를 지정할 경우 교육, 일자리, 교통 등 각종 인프라와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과 경남 중심으로 집약됨에 따라 수도권의 집중 가속화, 기존 여건이 좋은 도시만 경쟁력이 더욱 강화 되는 부작용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수십 년 동안 차별받아 온 전북 전주의 경우 수도권과의 격차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광역시가 없는 도의 중추도시 전북 전주, 충북 청주, 강원 춘천이 반드시 특례시가 되어야 한다.
프레시안 : 균형발전에 어긋나는 차별을 느낄 수 있는가?
김승수 : 전북은 광역시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 예산배분, 기관설치 등에서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았고, 그 피해가 장기간 누적됨에 따라 지역 간 격차는 더욱 심화됐다. 중앙정부에서 예산 배분시 전국을 17개 시, 도로 고려하기 때문에 광역시가 없는 도는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기금도 마찬가지다. 광역시가 없는 전라북도는 행정기능을 수행하는 면적이 다른 시․도와 비슷함에도 광역시가 있는 권역의 예산규모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심각하다. 충북은 이제 수도권으로 접어들었고 강원도 동계올림픽 하면서 강원도 내의 인프라가 다 갖춰졌다. 마지막 섬처럼 떠 있는 데가 전북이다. 또 전북이 지금 현재 소멸 지수도 가장 높은 상황이다.
프레시안 : 소멸지수가 높다는 것은?
김승수 :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전북권이 다소 압도적이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정부가 특례시를 지정함에 있어서 어떤 점이 더 고려되어야 하는지?
김승수 : 지역의 균형발전을 고려해야 한다.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은 같이 가지만 개념이 다르다. 현재 균형발전 부분이 취약하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가 지방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다. 광역시 없는 도의 중추도시인 전북 전주시와 충북 청주시는 반드시 특례시로 지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주민등록상 인구기준보다는 실제 생활하는 생활인구, 즉 행정수요를 고려해야 한다. 전주는 주민등록상 인구는 66만이지만 실제생활인구는 전주시가 이미 93만 명이고, 완주를 포함한 전주 생활 인구는 이미 100만을 넘어섰다고 본다. 사실상 광역시에 준하는 행정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실제 생활인구를 KT, SKT 빅데이터 분석결과로 보면 전주의 생활인구가 하루 93만~130만 명이다. 전주는 주요기관 관공서 수가 264개. 천안은 163개, 포항은 172개, 남양주 80개. 수원이 전주보다 인구가 2배 이상 많은데 전주가 무려 80개 기관이 더 많다. 공공정책을 결정하는 중심성으로 보더라도 전주는 수요가 충분히 있다. 이번 정부의 국정기조에 담긴 지역균형발전 뿐 아니라 사업체수나 행정수요측면에서 전주는 이미 100만이 넘는 행정수요를 가지고 있다.
프레시안 : 전라북도, 충청북도, 강원도 등은 인구가 계속 줄어든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김승수 : 1960년대까지 전라북도의 인구가 250만 정도로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했는데 현재 183만으로 전체인구의 3% 대로 내려왔다. 전북의 인구 유출은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인가? 전북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인구가 줄어든 요인은 국가가 각 지역별 산업을 배분하면서 생겨났다. 그렇다면 '지방 소외' 현상은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 지역 불균형발전의 결과인 인구수를 기준으로 다시 불균형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문제가 있다. 지역균형발전이 핵심국정과제였던 참여정부 균형개발도 비수도권 전체의 균형발전에 치중해, 광역시가 없는 지역과의 발전격차도 여전하다.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국정철학이 대한민국 전체가 골고루 잘 사는 것이다. 또한 전주를 '문화특별시'로 지정하겠다는 것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정부 지역핵심 공약인 '전주문화특별시 특별법 제정'을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목표가 같은 '특례시 지정'으로 먼저 첫발을 내딛어야 하는 것 아닌가.
현재 성남 출신 국회의원인 김병관 의원이 정부의 인구100만 이상 기준 특례시 지정 법률안은 지역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우려를 토대로 전주시 요구안이 포함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단순 인구수 외에 다양한 기준을 적용해 특례시를 지정해야 한다는 안이다. 정부가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함께 깊이 숙고해 주셨으면 한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정부와 국회에 하고 싶은 말은?
김승수 : 저희는 특혜를 달라는게 아니다. 균형을 잡아 달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다. 정부안대로 가면 분권에는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건 완전히 불균형을 촉진하는 일이다. 대통령께서 대선 공약으로 약속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님이 공약을 꼭 지켜주셨으면 한다. 전주문화특별시 지정 및 지원특별법 제정은 꼭 지켜져야 한다. 국회도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이 불균형발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특례시 지정은 그런 국가 운영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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