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지난 23일과 24일 양일간 서울 서초구 소재 서울고등학교의 석면 철거 현장을 조사한 결과, 안전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채 본관 바깥에 쌓여있는 석면 폐기물 자루에서 석면이 검출됐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이 폐기물 자루에서 2개의 시료를 채취해 전문 기관의 분석을 의뢰한 결과, 각각 5퍼센트 농도의 백석면과 3퍼센트 농도의 갈석면이 검출됐다. 갈석면은 독성이 강해 1997년에 이미 사용이 금지된 바 있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 물질로,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가면 2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진폐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 서울 서초구 소재의 서울고등학교 교정에 석면이 함유된 텍스 조각이 붙은 철골 구조물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
"석면 폐기물 불법 처리 심각…학생들에게 석면 노출 위험 있어"
이 학교의 석면 공사는 석면 폐기물에 대한 안전 규정을 어긴 채 진행됐다. 서울고는 본관 1층 방송실과 사무실 등 약 9개 교실 면적 크기의 공간에서 천장 석면 해체 공사를 했는데, 여기서 나온 석면 폐기물이 '산업안전보건법'과 '폐기물관리법'에 명시된 규정 사항을 위반한 채 처리된 것.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학교 관계자와 경찰, 서초구청 관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석면 철거 작업이 진행된 본관 1층 내부에 석면 폐기물이 널려 있었고, 본관 주변에는 석면이 묻은 폐기물이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쌓여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서울고는 석면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고밀도의 내수성 재질의 포대에 2중 포장하지 않고, 작업복과 방진마스크, 비닐시트 등도 석면 폐기물에 준해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 석면 폐기물과 작업복, 마스크 등이 2중 포장되지 않고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교정 한 구석에 그대로 쌓여있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
또 철거 과정에서 천장 텍스를 지지하는 철골 구조물에 텍스 조각이 그대로 붙은 채로 일반 폐기물 처리됐으며, 교실 내에도 석면이 함유된 텍스 조각이 남이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단체는 철거 공사가 진행된 면적으로 미루어 약 3000여 개의 석면 텍스가 철거됐다고 가정한다면, 안전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채 반출된 폐기물의 양은 약 6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석면 철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학교 도서관에는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고 많은 주민들이 개방된 운동장을 이용하고 있었지만, 석면 위험성을 알리는 안내판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성장기의 청소년들이 석면에 노출될 경우, 2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과 악성중피종 등 불치의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서 "서울고는 안전 여부가 최종적으로 확인될 때까지 운동장 등 학교 시설 이용을 최소화해야 하고, 관계 당국은 석면 오염 여부를 철저히 조사한 뒤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고등학교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석면 철거 공사를 하기 전에 오염도를 측정했지만, 석면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됐기 때문에 위험성이 없다고 봤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토양과 실내 공기 오염도를 측정하기 위해 현재 다른 전문 업체에 조사를 의뢰를 해 놓은 상태"라며 "철거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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