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브라질 정부에 3백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했어도 브라질 헤알화 투매 현상이 멈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주요 원인 중에 하나가 미국의 다국적 은행들이 브라질에 신규대출을 거부하면서 대출금 상환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제금융계에서는 IMF가 브라질에 구제금융을 줘봤자, 그 돈이 고스란히 미국 금융기관들 금고로 빨려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9일 "오는 10월 예정된 브라질 대선까지 헤알화 투매현상이 멈추지 않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헤알화는 7월에만 20%가 폭락했으며 7월초부터 3주 동안 최소 11억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는 6월보다 두 배나 되는 규모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그룹을 포함한 미국계 다국적 은행들은 "IMF 구제금융 지원 결정도 채무불이행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되기에는 미흡하다"는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들은 이같은 상황판단에 따라 브라질에 대해 올초부터 신규대출을 중지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6, 7월에 그 정도가 더욱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최대은행인 시티그룹은 연초부터 지난 6월말까지 브라질에 대한 대출규모를 21억 달러나 줄인 93억 달러로 축소했다. 미국 2위 은행인 J.P모건도 1년전 28억달러에서 지난 6월말 21억달러로 대출 규모를 줄였다. 신규대출을 해주기는커녕 빌려주었던 돈들도 회수하고 있다는 증거다.
미국 3위 은행인 BOA의 CEO 케네스 루이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브라질에 대출해준 18억달러 회수도 불안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신규대출을 하는 것은 신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라질에 7억2천만 달러의 대출을 해준 미국 4위 은행 와코비아의 최고재무경영자(CFO) 로버트 켈리는 "만기가 도래한 대출건에 대해 대출갱신을 중지해 대출규모를 절반으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의 많은 기업들은 대출갱신이 거부당하자 지난 6월, 7월 만기가 닥친 대출금을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브라질 기업들에 대출을 해왔던 브라질 은행들도 다국적 은행들로부터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대출업무에 애로를 겪고 있다. 브라질 6위 은행인 UBB SA의 경우 7월 한달동안 다국적 은행들로부터 자금조달 규모가 50%나 줄어들었다.
사태가 이처럼 심각해지자 대선 승리가 유력한 룰라 다 실바 노동당 후보도 "구제금융에 부과된 IMF의 요구를 따를 것이며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갖는 등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더이상 IMF 및 미국의 압박에 저항할 경우 10월 대선을 치루기도 전에 브라질 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자신이 모든 정치적 책임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에서는 'IMF의 구제금융이 결국은 미국 금융기관들의 대출금 상환 및 부실줄이기를 위해 결정된 게 아니냐'는 음모론적 시각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어, 앞으로 미국과 브라질간 갈등관계는 쉽게 해소되기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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