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연루 의혹을 사고 있는 미국의 시티그룹과 J.P.모건 체이스가 “앞으로 대출을 받을 경우 이를 부채로 잡아 그 현황을 공시하는데 동의하지 않는 어떤 기업에게도 대출을 해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요컨대 투명하지 않은 기업과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 두 은행이 투자자와 의회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평가했다.
시티그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올해 1월부터 소급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비용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투명한 대출 방침’까지 잇따라 결정하자 시장에서는 “시티가 180도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J.P. 모건도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대열에 곧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미국 1,2위 거대은행들이 이같은 중요한 정책을 자발적으로 채택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평가하면서도 “신용평가기관, 연방금융감독당국, 의회는 물론 시장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투자자들의 압력 때문에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다는 점에서 월가에서는 ‘상징적 의미’가 큰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은행은 그동안 엔론의 분식회계에 적극 개입한 혐의로 미국 상원에 의해 조사받으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거액의 집단소송을 제기당하는 등 곤욕을 치러왔다.
상원의 조사에 따르면 두 은행은 지난 6년간 엔론과 허위거래를 통해 85억달러를 대출해주었으며 만일 엔론이 이 대출을 부채로 잡았을 경우 엔론의 부채는 2000년에 40% 이상 많은 1백40억달러에 달한다. WP는 “이러한 사실이 알려졌다면 엔론의 신용등급과 주가는 훨씬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엔론 사태조사를 지휘하고 있는 칼 레빈 상원의원은 “엔론의 이같은 행위는 회계사기”라면서 “미국의 최대은행들이 엔론의 이같은 사기행위를 잘 알면서 지원했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혐의로 두 은행의 기업신뢰가 땅에 떨어졌고 월가로부터 대대적인 개혁압박을 받아왔다.
WP는 시티그룹이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기로 한 방침에 대해 한 상원 보좌관의 말을 인용, “지난 10년 동안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데 반대해온 대표적인 기업이 하루 아침에 태도를 바꾸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소식이며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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