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 분식회계 시리즈에 이어 지금 월가에서는 미국 금융기관들의'엔론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최대 금융그룹 시티그룹과 월가의 자존심 J.P. 모건 체이스가 엔론의 분식회계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혐의로 상원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게 된 것은 '엔론 시리즈'의 신호탄에 불과했다.
이들외에 엔론의 분식회계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월가의 대형은행들만 12개에 이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뉴욕타임스(NYT)가 "메릴린치 증권도 엔론의 분식회계를 도왔다"고 보도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NYT의 8일(현지시간) 보도는 분식회계용 거래에 연루된 엔론의 전 경영진의 증언에 기초한 것으로 신뢰도가 높다. 이 증언에 따르면 엔론은 당기이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메릴린치와 위장거래를 통해 1999년 12월말 회계연도 4.4분기를 며칠 앞두고 6천만 달러의 이익을 장부에 추가시켰다.
엔론의 전 경영진들은 "당기순이익과 주가를 높이기 위해 엔론과 메릴린치는 가스와 전력 거래를 계약하고는 장부에 실적으로 계상된 뒤에 계약을 취소하기로 합의했으며 실제로 계약이 취소되었다"고 주장했다.
엔론은 이러한 분식회계로 자체수익 목표를 달성한 뒤 당시 최고경영자 케네스 레이와 엔론의 사장 제프리 스킬링 등 엔론 경영진들은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와 주식을 챙겼다.
메릴린치도 계약 취소 대가로 8백만 달러를 받았으며, 이후 메릴린치는 에너지 거래사업에 짭짤한 재미를 올리면서 2001년 1월 에너지 자회사를 5억 달러에 매각하기도 했다.
당시 엔론의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은 이 거래가 현물이 오고 가지 않은 가공거래임을 알고 엔론에 주의를 환기시켰으나, 재무보고서를 수정하도록 권고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메릴린치측은 "엔론과의 거래에 부정한 행위는 없었으며 계약 취소에 합의한 적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메릴린치는 상원 청문회에서 문제의 1999년 12월 엔론으로부터 나이지리아의 전력 바지선을 사들인 것이 엔론의 이익을 부풀리려 한 의도가 아니었느냐고 추궁당한 바 있다.
엔론은 이 두 건의 거래로 이듬해 1월18일 99회계연도 4.4분기에 2억5천9백만 달러의 이익을 올렸다고 공시했고 이에 힘입어 27%나 주가가 폭등했다.
메릴린치의 회계분식 연루 의혹은 간신히 진정국면을 맞고 있던 월가 금융기관들의 신인도를 다시 밑둥채 흔들기에 충분한 메가톤급 소식이라는 점에서 월가 및 세계경제계의 한숨을 자아내고 있다.
과연 미국 정실자본주의의 끝은 어디인가. 지금 많은이들이 미국을 향해 던지는 비난섞인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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