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 경제에 대해 월가의 전문가들은 ‘더블 딥’(이중하강) 가능성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놓고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전통적으로 미국 정부와 월가가 원하는 답을 내놓아 왔던 대형기관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면서 미국 정부가 9월경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할 것으로 예상하는 보고서를 5일(현지시간) 발간했다.
당초 IMF는 미국의 경제성장률 올해 2.5%, 내년 3.25%로 서서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었다.
***대형금융기관들, 미국 경제성장 전망치 하향조정 **
IMF는 이 보고서에 실린 논평을 통해 “최근의 증시침체와 기업분식회계사태 등으로 미국의 경제 회복이 기대보다 저조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기업수익률도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IMF는 9월 발표될 세계경제전망에서는 경제성장률 예측이 하향조정되어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MF는 또 경제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추가 금리인하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정황을 들며 IMF는 조지 W.부시 행정부의 경제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몰아붙였다. 영국 BBC방송은 5일(현지시간) IMF의 이같은 발언들이 “백악관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고 전했다.
부시 행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3~3.5%로 잡아 놓고 있으나 지난주 수정발표된 2분기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하면 이 목표가 달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이와 관련 “부시 행정부는 경제정책을 예산의 효율적 집행과 기업지배구조개선에 집중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재정은 2000년 2.5%의 흑자에서 올해는 1.5%의 적자로 반전된 상태다.
CNN머니지도 5일(현지시간) “골드만 삭스의 에드 매켈비 같은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있다”면서 “경기가 다시 후퇴할 가능성을 실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켈비는 "지난 주 잇따라 발표된 공장주문 건설지출 고용지표 등이 예상치를 하회하는 등 미 경제가 급속히 악화되는 양상"이라면서 "경기의 급격한 하강을 막기 위해 FRB는 금리인하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설리반은 "디즈니가 분기 디즈니랜드 방문객 예약자수가 10% 감소했다고 밝힌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디즈니랜드에 가자고 조르는 것을 뿌리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심리가 위축하는 요인으로는 증시 침체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사라졌으며 대다수 미국인들은 지출 습관을 이미 보수적으로 바꿔버렸다. 7월 저축률은 지난해 같은기간의 1.7%에서 4.2%로 치솟았다.
지난해에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소비 지출이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더블딥에 빠질 경우 소비자들의 힘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용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7월에 신규 취업자수가 6천명 늘어나는데 불과했고 향후 감원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아, 고용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처럼 미국이 최대지분을 가진 국제금융기구와 월가의 대형금융기관들이 미국 행정부의 낙관적인 전망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에 대해 국내 한 금융전문가는 “부시 행정부가 월가에서 ‘돌아이’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실망스런 정책들을 계속 펴기 때문에 오늘의 사태가 왔다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는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IMF, 부시 무역정책 비판**
IMF가 미국의 철강산업과 농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부시 행정부가 취한 일련의 무역정책 결정에 대해 유럽의 편에 서서 “부시 행정부의 정책은 미국과 다른 국가들에게 모두 해로운 것”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BBC는 “IMF의 부정적 평가는 가뜩이나 미국의 경제회복이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로 냉각된 투자자들의 신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 틀림없다”고 전했다.
IMF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40년래 가장 낮은 수준인 금리를 그대로 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IMF 이사들은 소비자 및 기업의 신뢰가 손상되거나 신용 경색 조짐이 나타나면 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IMF는 전했다.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는 오는 13일을 9월,11월,12월에 각각 예정돼 있다.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8월13일 FOMC에서는 금리가 인하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CNN머니는 “금리인하는 반짝 효과를 줄 뿐 현재는 오히려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1번에 걸쳐 금리 인하를 한 미국은 6.5%였던 금리를 40년래 최저인 1.75%까지 내렸지만 경제회복에 다소 도움이 됐을지는 몰라도 주가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1년 1월 첫 번째 금리 인하 이후 S&P500 지수는 34%나 하락했다.
이에 따라 CNN머니는 “Fed가 증시를 떠받치려면 투자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선물시장에서는 0.25% 금리 인하 가능성을 76%로 보고 있다. 1년짜리 재무부 채권 수익률이 1.50%라는 점도 이 정도의 금리 인하는 가능할 것으로 보는 근거다. 그러나 금리전문가들은 “0.25% 금리 인하는 이미 시장에 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정도 인하로는 별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도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금년내 연방기금 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1.75%인 미국 연방기금금리가 1%로 떨어지면 1958년 이후 4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된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올 4분기 GDP 전망치를 종전의 2.50%에서 2%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IMF건 골드만 삭스건 미국 경제가 ‘더블 딥’까지 빠져들 것이라까지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IMF는 “2002년 초처럼 빠른 회복은 아니지만 기업설비투자가 되살아나고 소비지출이 꾸준히 이어져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미국 행정부를 비판은 하되 판을 깰 수는 없다는 것이 이들 기관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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