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신효순.심미선양 압사 사건과 관련, 최성홍 외교장관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2일 밝혔다.
이 당국자는 연합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회의에 참석중이던 파월 국무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최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발전과 상호관계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사과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파월 국무장관은 또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미군들에게 공무수행중 지침준수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이같은 정부 당국자의 말이 사실일 경우 이는 우리나라에 미군주둔후 최초로 미국정부의 고위급인사가 미군범죄에 대해 사과한 케이스에 해당된다. 파월장관은 미국의 외교문제에 관한 한, 조지 W.부시 대통령 다음 가는 2인자이다.
미국 정부는 80년 광주민주화운동등 그동안 미국의 직간접적 책임 문제가 논란이 된 그 어떤 사건에 대해서도 그 어떤 사과를 한 적이 없어, 외교가에서는 미정부 차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나름대로 성의를 보인 진일보한 대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연초부터 한국의 반미감정 확산을 예의주시해온 미국정부는 월드컵때 한국 축구대표팀의 자발적인 '오노 세리모니'를 보고 한국의 반미감정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됐는가를 알고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허바드 주한미국대사가 이례적으로 시민단체대표들을 만나 사과한 데 이어 파월 국무장관이 외무장관 회담형식을 빌어 사과한 것도 이같은 반미감정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미국정부의 사과 방식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미군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 최근호 상황실장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미국쪽의 책임있는 사람들의 공식적인 사과"라면서 "정치적인 립서비스 차원에서 비공식적인 자리를 빌어 사과하는 것은 사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또 "정말로 유감으로 생각하고 사과한다면 우선 한국측과 공동조사단을 꾸려서 이 사건의 정확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부터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참고로 오키나와 주둔미군의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당시,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공식기자회견 형식을 빌어 일본국민에게 사과한 뒤 사과재발방지책을 약속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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