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투자법은 지난 2015년 1월 이미 초안이 공개되어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었다. 하지만 2018년 12월 이전 초안과는 확연히 다른 초안이 공개됐다. 또한 단 2차례의 전인대 상무위원회 심의를 통해 제13기 전인대 비준안으로 상정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외상투자법 초안의 전인대 비준을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더욱이 중·미 무역갈등 상황에서 비준되는 외상투자법이 과연 양국 간의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지금까지의 정황을 고려해 볼 때, 이번 외상투자법 비준에는 중국의 숨은 의도가 있어 보인다.
잘 짜 맞춰진 외상투자법 시나리오
외상투자법 초안은 '중외합자경영기업법'(中外合资经营企业法, 1979년), '외자기업법'(外资企业法, 1986년), 그리고 '중외합작경영기업법'(中外合作经营企业法, 1988년) 즉 '외자3법'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외자 3법은 제정 연도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후 외자유치를 통해 중국의 경제를 이끄는데 매우 중요한 공헌을 했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조금 조정이 있었지만, 이후 확연히 달라진 중국의 경제 상황을 반영해 외자 3법 통합 법률제정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2013년부터 외자 3법 통합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고 2015년 1월 11개 장(章) 170개 조문으로 구성된 상무부 '외국투자법'(外国投资法) 초안이 공개됐다. 이후 2018년 법률명을 '외상투자법'(外商投资法)으로 변경한 초안이 마련됐다.
중국의 입법과정에서는 초안이 공개 된 후 의견수렴, 심의, 수정 등의 과정이 몇 년씩 걸리는 것이 기본이다. 외상투자법 역시 만 4년 만인 2018년 초안이 새로 공개 된 것, 그 내용이 6장 39개 조문으로 대폭 줄어든 것도 사실 입법과정에서 보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인다.
주요 내용면에 있어서도 개혁개방 심화 및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 외자의 네거티브 진입관리 정책, 내국민대우 원칙, 외상투자보호 등의 핵심 내용은 2015년 초안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외상투자의 관리감독에 대한 규정이 대폭 줄어들고 투자보호가 강화되면서 외상투자자의 부담을 덜어줬다.
다만 초안의 발표시기와 법률지위의 격상 부분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선 굳이 초안에 대한 전인대 심의 날짜를 서둘러 잡은 것과 2차 심의 날짜를 하필 중·미 고위급 무역협상 직전에 잡은 것은 뭔가 석연치 않다. 정황상으로만 보면 2019년 전인대에서 외상투자법을 비준을 하기 위해 서둘러 심의과정을 진행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서둘렀어야 했을까?
이는 미국과의 무역갈등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에 보내는 전향적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의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 보는 수는 아니다. 외상투자법은 어차피 언제든 제정돼야 했고, 제정 시기를 재단하고 있었던 시점에서 적절한 외교적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그 시기를 맞춘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법 자체보다는 숨겨진 의미 파악이 필요
한편, 외상투자법 초안은 이전 초안과 달리 전인대 명의로 의견수렴과 심의를 진행하면서 그 법률적 성격을 명확히 했다. 이는 외상투자법이 전인대 급(级)으로 높은 수준의 기본 법률로서의 지위와 권위를 가짐을 뜻한다. 이에 따라 외상투자법은 외국투자 촉진과 관리를 위한 기본 법률로 외상투자에 관한 원칙적이고 기본적 내용만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 설립은 본법 규범의 대상이 되지 않음을 명확히 하고 관련 규정은 회사법 및 계약법 등 각 단행 법률에서 규율하도록 했다. 또한 첫 번째 초안에 포함되었던 국가안전에 따른 정부의 조사권한, 정보보고, 진입관리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들도 모두 빠졌다.
'전인대 급 법률'의 지위는 그 의미를 대외적 관점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외상투자법은 '개방 확대의 의미'를 담은 상징적 법률이다. 즉, 이를 통해 중국 정부의 개방 확대 의지를 더욱 명확히 보여주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외상투자법에 "행정수단을 통한 기술이전 강제 금지" 규정을 포함시킨 것도 상기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표면상으로는 미국과 무역갈등에서 미국의 불만사항을 법률 규정으로 해소시키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규정하고 있는 규정 전문의 내용을 보면, 자발적이고 합법적 기술협력을 '장려'하고 있어 외상투자자들에게는 결국 '빛 좋은 개살구' 규정이 될 수 있다.
중국 외상투자법 제정에 따른 기회
전인대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외상투자법은 초안 작성에서부터 심의, 비준까지 중·미 무역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지금의 통상환경과 미국의 요구를 많이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국은 미국에 완전히 납작 엎드린 저자세를 보이지는 않았다. 중국의 이러한 노력은 적어도 중국과 미국의 갈등을 완화시키는 좋은 구실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언제나 그렇듯이 양자가 모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때 이 구실은 좋은 화해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미 무역갈등은 사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한판 싸움이 끝나고 휴지기간 중 일방의 우호적 제스처는 휴지기간을 잠시 연장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싸움을 끝내지는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 배경이야 어찌되었든 외상투자법의 제정은 투자자의 입장에서 기회임은 틀림없다. 다만 중국이 문을 활짝 열 때에는 분명 그에 대한 준비가 나름 되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가가 키워야하는 기업들의 경쟁력이 갖춰지면 과감하고 개방하고 그 속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국내기업에 대해서는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의 제도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회를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전략을 마련한다면, 위기와 혼란 속에서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외상투자법은 기본법이기 때문에 법률 그 자체보다는 이후에 제정되는 실시세칙과 행정법규 등의 규정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방정부에 외상투자 촉진을 위해 관련 정책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기도 하다.
외상투자법이 외상투자 촉진과 시장 확대에 있어 큰 방향과 원칙을 세웠다 하더라도 각 지방의 특성에 따라 이행 법률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외상투자법 제정을 통한 개방 확대의 이익을 제대로 누리고자 하는 외상투자자라면 반드시 이를 잘 숙지하여 중국 진출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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