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마누라'는 지난해 최대 흥행작이다. 극장 동원 관객숫자만 5백30만명에 달했다. 비디오 샵에 출시된 비디오 테잎도 불티나게 나갔다. 할리우드에까지 영화대본이 팔려나갔다.
제작자인 개그맨 서세원씨는 이 한편으로 돈방석 위에 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 '납자루떼'라는 영화로 크게 손해를 본 뒤 절치부심한 끝에 거둔 서씨의 개가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근 검찰 수사결과 '조직폭력배 자금'이 '조폭 마누라' 제작에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돼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사결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조폭자금으로 조폭영화를 만든 꼴이다. 한편의 웃지 못할 블랙 코미디다.
***서세원씨는 피해자?**
검찰은 28일 서세원 프로덕션이 투자배급한 '조폭 마누라' 제작 과정에 조폭의 자금이 유입됐다는 첩보를 입수, 서세원 프로덕션의 회계.경리 장부와 금융계좌를 압수수색하는 한편, 관련 폭력조직에 대해서도 자금흐름을 추적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일부 연예기획사의 고문이나 자문역 등에 조폭 출신들이 상당수 있는 사실도 확인, 조폭과의 연관성을 추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29일 이와 관련, "서세원씨가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 조폭 계열의 자금을 투자받았다가 영화가 기대 이상으로 크게 흥행에 성공하자 배당문제를 둘러싸고 조폭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서씨의 경우 이 문제에 관한 한 피해자 성격이 짙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조폭돈인줄 알았다면 심각한 모럴 해저드**
검찰 수사결과를 더 지켜봐야겠으나, 이번 조폭자금 유입 의혹은 화려한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어두운 한 단면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화, 가요 등이 '한류(韓流)'라 불릴 정도로 아시아 등 국제 시장에서 모처럼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도약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이들 산업의 기저는 아직 60년대 수준을 못벗어나고 있음을 이번 사건이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등의 소비시장이 주로 국내에 국한되어 영세했던 시절, 제작비의 상당부분은 지방 건설업체나 극장 소유주등과 같은 주먹들의 검은 돈에 의존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한국 영화시장이 비약적 발전을 해 대기업이나 투자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는 굳이 이들 검은 돈의 신세를 안져도 영화제작은 가능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수사결과 공영방송의 인기 쇼프로 진행을 맡고 있는 서씨가 검은 돈과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적잖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좋은 조폭과 나쁜 조폭이라는 묘한 이분법"**
영화전문가들이 그러나 더 크게 주목하는 대목은 '친구'의 빅히트 이후 봇물 터진듯 터져나온 이른바 '조폭계열 영화'들의 폭력 미화와 조폭 자금간에 그 어떤 연관성이 없는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평론가는 "지난 2년간은 '친구'의 빅히트 이후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 '조폭마누라' '킬러들의 수다' 등 이른바 조폭영화 전성시대였다 해도 지나친 과장이 아니다"라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조폭을 '나쁜 조폭'과 '좋은 조폭'간의 대립구도로 몰아가면서 무의식적으로 '조폭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었다는 사실"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그릇된 구조로 이들 영화의 최대소비층인 청소년들의 경우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정 부분 조폭을 미화하게 되고 영화에서 노출된 거친 용어와 폭력의 악영향에도 그대로 노출되게 됐다"고 부정적 측면을 지적했다.
그는 또 "주먹들의 자금에 의존해 제작됐던 과거 60년대 깡패영화들의 경우도 자금주들을 고려해서인지 깡패들을 상당 부분 미화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요즘 조폭영화들이야 투자자금 조달이 당시보다는 쉬워져 전체가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 조폭자금인줄 알면서 투자를 받았다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조폭을 상당 부분 의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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