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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은 대기업이 외국에서 돈 꿔오는 속내는?

'원화 절반, 달러 절반'으로 환리스크 적극 대비

환율이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방향을 잡을 수 없이 요동치자 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환율 흐름을 잘못 읽을 경우 장사를 잘하고도 환차손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을 입을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기업, 원화 절반.달러화 절반으로 포트폴리오"**

환율 전략은 원래 기업의 극비사항에 속한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의 움직임을 읽으면 어느 정도 대응전략을 읽을 수 있다.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29일 "환율대응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경우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대기업들의 경우는 상당히 양호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 자금관계자들을 만나본 결과 이미 올해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올해 평균환율을 달러당 1천1백50원으로 설정, 원화강세 시대에 대비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올 상반기 평균환율이 1천3백원선을 유지함에 따라 상반기에 적잖은 환차익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 대다수 국내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사상최대의 수익을 올린 것도 이같은 환율정책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최근의 '이상한 대기업 자금 조달 형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귀뜸한다.

"요즘 자금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현상은 삼성전자 6조원 등 대다수 대기업들이 비상시에 대비해 사내에 수조원씩의 현금을 비축해놓고서 자금 운용할 곳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외국에서는 자기신용으로 거액의 자금을 조달해오는 일이 부쩍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자금조달 코스트가 낮아 외국돈을 빌어다가 국내빚을 갚는 경우도 있으나, 상당수 경우는 기업의 현금 보유비중을 '원화 절반, 달러 절반'으로 포트폴리오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요컨대 현금 보유비중을 원화 절반, 달러화 절반으로 분산시킴으로써 급격한 환율변동에 대비한 리스크 헤징(위험 분산)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현금보유 비중을 분산시키면 아무리 환율이 요동쳐도 최소한 보유자산 때문에 환차손을 보는 일은 예방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 삼성이 환율 리스크 헤징을 잘못해 상당한 환손실을 입은 뒤 삼성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으며, 다른 기업들도 그 뒤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한은 관계자가 지적한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국민카드의 경우 29일 "하반기중 5억달러씩 두 차례에 결쳐 카드사용채권(일시불, 할부, 현금서비스)을 기초로 해외에서 ABS(자산유동화채권)을 발행해 10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은 이에 앞서 지난 26일 해외주식매각(ADR) 및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SKT(SK텔레콤) 주식 7백30만주를 매각해 모두 16억8천만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대기업들의 경우 환율변동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생적으로 각종 리스크헤징을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소기업, 자금사정은 양호하나 환리스크에는 무방비**

문제는 중소기업들이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대기업처럼 하고 싶어도 해외에서 자기신용으로 채권등을 발행할 여력이 없어 환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제품들과 경합중인 수출 중소기업의 경우 중국 위앤화는 달러화에 고정돼 있는 반면, 원화는 변동환율제로 움직이고 있어 피해가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29일 최근 1백7개 수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환율변동 여파를 조사한 결과, 수출채산성 확보를 위한 적정환율은 달러당 1천2백67원, 최대한 견딜 수 있는 환율수준은 1천1백89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원화 강세시 섬유가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조립금속.기계 및 장비.가구.봉제의복 및 모피.고무 및 플라스틱.전기기계 및 전기변환장치 등도 적잖은 타격을 입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환율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조사업체의 93.1%가 환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중소기업의 유동성을 조사한 결과 72%의 기업들이 넉넉하게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으나, 환리스크에는 거의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이들 기업의 환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마련에 힘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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