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이 "여성 사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여성 사제에 임명된 신자들을 무더기 파문시켜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여성계는 이같은 가톨릭의 입장이 '봉건적 남성우월주의'라며 다른 종교들처럼 여권(女權)을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가톨릭이 과거 동구권에 여성 사제가 있었음을 알면서도 반공(反共)정책 차원에서 이를 묵인해온 사실이 밝혀져 가톨릭의 이중잣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바티칸의 무더기 파문 조치**
바티칸은 22일(현지시간) 지난달 29일 아르헨티나 출신의 루물루 브라스치(60) 주교에 의해 사제 서품된 여성 가톨릭 신자 7명에 대해 “사제 서품이 무효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한다면 22일자로 파문한다”고 발표했다.
교황청은 이에 앞서 지난 10일 경고성명에서 “이들 여성에게 사제 서품을 한 브라스치 주교는 이단교회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이번 서품은 교회 단결을 해치는 심각한 행위”라고 지적했었다. 브라스치 주교는 스스로를 ‘영혼의 전사’이며 힌두교 교리인 카르마의 전문가로 자처해 교황청에 의해 ‘이단’으로 규정돼 1998년 교황청과의 관계는 사실상 단절된 상태였다.
그러나 파문된 여성 신자들은 “우리들은 파문당할 만한 어떠한 죄도 저지른 적이 없다”며 “우리는 이설을 퍼뜨리지도 않았으며 신념을 저버리지도 않았다”고 반박성명을 내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이번에 파문된 여성신자들은 독일, 오스트리아, 미국 출신으로 알려졌다. 사제서품식은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국경을 흐르는 강 위 보트에서 브라스치 주교에 의해 거행됐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주교들은 당시“이번 서품식은 예수가 남성들만을 자신의 사도로 임명했다는 사실에 근거해 여성을 사제로 임명하는 데 대해 반대해온 가톨릭 교회의 교리에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여성사제 임명에 강력히 반대했었다.
교황청 법률 전문가들도 브라스치 주교의 교회가 정식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교황청의 파문은 합법적이란 결론을 내렸다.
***동구권에 이미 여성사제 존재했었다**
그러나 교황청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지 않았을 뿐 여성사제들은 이미 존재해왔다. 지난 6월 출판된 <로마 가톨릭 사제 루드밀라 야보로바(Out of the Depths: The Story of Ludmila Javorova Ordained Roman Catholic Priest)>는 바로 그동안 비밀로 숨겨져 왔던 한 여성사제의 이야기를 세상에 공개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체코슬로바키아가 공산주의 통치하에 있을 때 38세의 나이로 지하교회에서 사제로 서품된 야보로바의 이야기는 미리엄 윈터라는 수녀가 쓴 것이다.
하트포드 세미너리에서 여성리더십연구소장으로 있는 윈터는 현재 70세가 된 야보로나를 체코 프라하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브르노시에 있는 야보로나의 자택에서 여러차례 인터뷰를 했다.
1990년대말에 이루어진 인터뷰 기간 중 윈터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증언도 확보했다. 페어팩스에 있는 여성사제서품회의의 에린 핸리는 “야보로바의 이야기는 교황청도 확인해주었다”고 말했다.
여성사제 허용을 지지하는 단체들도 에린 핸리와 함께 1992년 체코에 가서 야보로바를 만났으며 야보로바는 그 후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여성사제 허용을 주장해온 단체들은 1991년 뉴욕타임스가 공산 체코에 사제서품을 받은 여성과 기혼 사제들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크게 고무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윈터에 따르면 1983년 야보로라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이 사제서품을 받게 된 경위를 설명했으나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했다.
윈터에 따르면 야보로바는 펠릭스 다비덱 주교에 의해 사제서품이 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야보로바는 성찬과 고해성사를 주관하기는 했지만 혼배와 세례는 수행하지 않았다.
리치몬드에 있는 가톨릭 교구에서 정의평화국 부국장으로 있는 캐슬린 케니는 “루드밀라는 철의 장막이 붕괴되기전까지 20년 동안 사제로서 봉사해왔다. 그러나 교황청에서 공산 체코 붕괴후 그만두라고 하자 그녀는 그렇게 했다”고 증언했다.
윈터는 “여성 사제 서품에 대해 열정을 느끼고 있다”면서 “그것은 정의다. 여성들은 교회에 큰 공헌을 해왔다. 성경에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고 강조했다. 윈터는 "여성들이 언젠가 사제서품을 받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 사제 파문을 계기로 여성사제 허용 여부는 가톨릭 사제 성추행 사건으로 불거진 결혼 허용 여부와 함께 가톨릭계의 근본을 흔들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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