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결혼을 부정하지 않으며 이 문제에 관한 정책적 검토와 함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혀 향후 논의가 주목된다.
인권위는 외국에서 결혼한 뒤 결혼이민을 신청한 남성 커플이 부부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낸 진정 사건에서 현행 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각하 결정을 내린다며 이런 입장을 밝혔다.
27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영국 출신으로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사이먼 헌터 윌리엄스(35) 씨가 동성 부부의 권리를 보장해달라며 2017년 제기한 진정에 대해 인권위는 최근 각하 결정을 했다.
인권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정책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인권위법에 따라 각하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각하는 진정 내용이 거짓이라거나 인권침해·차별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경우 등에 내리는 기각과 다르다. 위원회법 제32조에 따르면 인권위는 자체 조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진정을 각하할 수 있다.
인권위는 "우리 법원은 민법에 따라 동성 간 합의를 혼인의 합의로 인정하지 않고, 이들 관계를 부부로 보지 않는다"며 "동성 결혼 배우자에게 결혼이민 체류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민법상 혼인의 성립과 부부의 정의에 대한 사법적 해석의 변경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인권위는 법에 따른 각하일 뿐 인권위가 동성 결혼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최근 성(性) 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왔으며 인권위원장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각하는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인정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인권위가 조사할 사안에 포함되지 못한다는 것뿐"이라며 "동성 결혼에 대한 인권위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지만, 성적 지향에 따라 고용이나 재화 이용 등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인권위의 기본적인 입장인 만큼 향후 논의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윌리엄스 씨는 2015년 영국에서 한국인 남편(33)과 결혼했고, 혼인증명서를 받았다.
한국에서 오래 살아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윌리엄스 씨는 다른 형태로 체류 비자를 받는 방법도 있는데도 이 경우 합법적 부부들이 갖는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결혼이민비자(F-6)를 받게 해달라고 주장해왔다.
윌리엄스 씨는 지난해에는 '국제결혼한 동성부부도 결혼이민비자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보냈지만, 출입국정책 관할부처인 법무부로부터 '불가'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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