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도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국제경제계에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맥킨지사 일본지사장 출신인 일본의 국제적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렸던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이 아시아 신흥경제국의 상징으로 부상하는데 15년 넘게 걸렸지만 중국이 이들을 추월하는데는 불과 몇 년이면 족하다"는 '중국 위협론'을 폈다.
반면에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중국이 내수진작을 위한 과도한 재정적자 발생과 금융부문의 낙후로 아시아의 아르헨티나가 될지 모른다"는 정반대의 '중국 위기론'을 게재했다.
이른바 '중국위협론' 대 '중국위기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대립은 보다 구체적으로는 앞으로 중국이 위앤화를 평가절상할 것인가, 평가절하할 것인가를 놓고도 상반된 전망을 낳고 있어 전세계의 경제인들을 큰 혼란에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가능케할 '지구촌의 마지막 성장엔진'으로 평가받던 중국에 대해 이같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 성장신화'가 허구성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역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예외일 수는 없는 셈이다.
***오마에 겐이치의 '중국 위협론'**
FT는 '과연 동남아시아 신흥경제국들이 중국과의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를 둘러싸고 지난 3년간 나온 회의적 전망 중에서도 오마에 겐이치의 주장은 가장 차가운 것으로 평가했다. "동남아 신흥국가들이여, 꿈을 깨라. 너희는 중국의 먹이다"라는 게 오마에의 주장인 셈이다.
최근 오마에의 주장을 뒤받침하는 자료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필립스 전자가 싱가포르에 있던 아시아본부를 경비절감을 위해 중국과 가까운 홍콩으로 옮긴 것이나, 일본의 NEC가 퍼스널컴퓨터 생산기지를 말레이시아에서 중국으로 옮긴 것은 최근 아시아 신흥경제국들에 충격을 준 대표적 사건으로 꼽힌다.
오마에는 "말레이시아와 태국이 스위스의 시계제조업체들에게 부품을 팔기 위해 정밀공업에 10년간 공을 들였으나 중국이 1년만에 이 사업을 빼앗가 갔으며 전자,기계 산업분야에서도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사의 마하티르 모하메드 총리도 최근 연설에서 "중국제품이 일본제품을 밀어낼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제품도 밀어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위기감을 피력한 바 있다.
지난 4월 몇몇 아시아 국가들의 대중국 수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자 일각에서는 "중국의 성장이 아시아 지역에서 윈-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나타났었다. FT는 그러나 "중국이 전자, 섬유, 경공업은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자동차와 식품 분야에서도 아시아 신흥경제국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해 들어가는 경향이 저류에 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때 아시아의 성장동력으로 일컬어진 이들 국가의 대일본 수출은 1991년 이후 전체수출액에서 25%대를 차지하는 데 그치고 있는 데 반해, 대중국 수출은 6%에서 17%로 세배 가까이 증가했다.
모건 스탠리 홍콩본부의 이코노미스트 앤디 쉬에는 FT와의 인터뷰에서"올해와 내년에 아시아 신흥경제국들의 수출이 회복된다고 해도 4차례의 경기하강국면에 이은 13.6%의 증가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며 "아시아 신흥경제국들은 97년 아시아위기 이후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드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으로의 설비나 부품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시아 신흥경제국들에게 새로운 소득원천이 된다기보다는 중국의 자립기반을 형성해주는 단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최근의 대중국 수출증가는 아시아 신흥경제국들에게 '최후의 만찬'(Last Supper)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중국은 '제2의 미국'으로 성장, 주변국들을 몰락의 나락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게 오마에의 전망인 셈이다.
그러나 몇몇 분야에서는 대중국 수출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중국으로의 비전자제품 수출이 지난달 1년전과 비교해서 69%나 증가한 5억7천8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의 내수 증대가 계속된다면 아시아 국가의 수출도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새로운 시장을 찾기 시작했으며 성장을 위한 틈새시장과 틈새사업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지리적 위치, 금융 및 법률서비스, 국제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풍부한 우수인력 등에서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비해 비교우위를 갖고 있어 중국의 도전에 대해 비교적 사정이 나은 편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중국의 거센 도전을 이겨내기 위해 생명과학 산업화를 적극 추진, 아시아의 첨단의학 중심지가 되기 위해 향후 5년간 수십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WSJ의 '중국 위기론'**
오마에 겐이치의 주장과 정반대 입장에 서있는 게 최근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엄청난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국내 투자를 감행하고 있으나 기대했던 만큼 내수가 촉진되지 않아 디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나고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3백75억 달러에 달하는 사상최대의 재정적자로 연간 예산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어서 더 이상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요컨대 자칫 잘못하다간 중국이 몇년내 '제2의 아르헨티나'가 될 공산이 크다는 주장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속되기 힘들다고 보는 쪽에서 가장 중요한 근거로 드는 것은 중국의 취약한 금융분야다. 중국의 은행들은 수익성이 매우 낮아 사실상 파산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정이 이럴 수록 중국 정부는 이들 금융부문을 경쟁 시장으로 내놓기보다는 금융에 대한 정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실상이 외부로 드러날 경우 예상되는 '무정부적 파국'을 우려한 때문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중국의 몰락을 주장하고 있는 <차이나 드림>의 저자 조 스터드웰은 "중국의 수출 증대는 외자의 증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수출로 발생하는 이익의 대부분이 외자의 과실로 해외로 나가고 있어 중국의 내적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 역시 "중국에 대한 전망이 매력적이지만 현실이 과장되어 있다"며 "80년대 불었던 '일본 열풍'처럼 중국에 대한 견해도 현실에 비해 지나친 낙관론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계했다.
오마에 겐이치의 '중국위협론'을 소개한 FT도 이같은 WSJ의 주장에 부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FT는 "일본의 수출이 눈부셨을 때 이에 걸맞는 정치와 금융개혁이 따라주지 못해 결국 위기를 자초했다"며 "중국 역시 이런 증상을 보이고 있어 다른 국가들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컨대 중국은 현재 지난 몇년간의 욱일승천하던 성장에 기초한 '중국위협론'에서 과연 중국이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중국위기론'으로 전환되는 중간점에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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